2018년 국내 자동차 시장은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해를 보냈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를 비롯해 BMW 주행 중 화재 등의 악재가 잇따랐다. 이런 가운데 자동차 업체들은 다양한 신차 출시와 파격 마케팅으로 판매량 증진에 박차를 가했다. 쿠키뉴스가 다사다난했던 2018년을 돌아보며 '자동차 분야 올해의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끊이지 않는 '한국 철수설'
지난 2월13일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 발표는 올해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큰 이슈로 손꼽힌다.
군산공장은 2011년 한때 26만대의 차량을 생산한 한국GM의 주력 공장이었지만 2017년 3만대까지 떨어지면서 폐쇄가 불가피해졌다. 이로 인해 2000여명에 달하는 노동자가 회사를 떠나야 했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동자도 나왔다.
제너럴모터스(GM)는 한 발 더 나아가 한국에서의 사업 지속 여부를 사실상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표하면서 '한국 시장 철수설'이 제기됐지만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7억50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하면서 일단 철수설을 잠재우는 데에는 성공했다.
GM은 그 대가로 한국GM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와 CUV 등 글로벌 시장에 판매할 신차 생산을 맡기고 최소 10년간 생산을 지속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한국에 연구개발(R&D)법인을 신설해 글로벌 준중형 SUV와 CUV의 개발을 맡기기로 했다.
가까스로 파산 위기는 피했지만 한국GM이 지난 7월 회사가 법인분리를 강행하면서 또 다시 갈등이 시작됐다. 현재 법인분리가 사실상 확정된 상태이지만 노조는 크게 반발하고 있어 갈등의 씨앗은 여전한 상황이다.
◇ 현대차그룹-엘리엇, 지배구조 개편 갈등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3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았지만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반대로 무산됐다.
외국계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이 모두 엘리엇의 손을 들어주면서 48%에 이르는 외국인 주주들의 찬성을 기대하기 힘들어지자 현대차그룹은 21일 끝내 모비스-글로비스간 분할합병계약 해제합의서를 체결, 기존 계획을 철회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여러 의견과 평가들을 전향적으로 수렴해 사업경쟁력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보완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 BMW 차량서 잇따른 화재…원인두고 의견 '분분'
BMW 차량의 잇단 화재가 발생하면서 올 여름 국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계속되는 화재에도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교통안전공단에 화재사고 원인 조사를 지시했다. BMW코리아는 얼마 뒤 ‘EGR(배기가스 재순환 장치) 모듈의 이상에 따른 화재발생 우려가 있는 42개 차종 10만6317대에 대한 리콜’을 발표했다.
8월에는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회장이 직접 나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했고, 독일 BMW 본사 기술관련 임원들도 대거 입국해 사고 원인 등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
화재 사건이 발생한 지 몇 개월이 지나서야 민관합동조사단은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BMW 차량 화재 원인이 'EGR 쿨러 균열로 인한 냉각수 누수에 따른 것'임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BMW는 "흡기다기관 자체에는 설계 결함이 없고 오로지 EGR 쿨러의 누수가 있는 경우에만 손상될 수 있다"며 'EGR 설계 결함'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 아우디·폭스바겐의 귀환
'디젤 게이트' 파문으로 2년간 판매를 중단했던 아우디폭스바겐이 시장 복귀 1달만에 3위에 오르는 등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에 수입차 시장이 2년 만에 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폭스바겐 '빅4' 구도로 재편됐다.
하지만 판매 재개와 함께 시행한 대대적인 할인 공세로 '신뢰도 회복'이라는 최우선 과제마저 덮어버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아우디는 2018년형 A6 35 TDI를 출시하면서 36개월의 무이자 할부를 비롯해 최대 1300만원 이상의 공격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폭스바겐도 지난 2월 출시한 파사트 GT에 대해 1000만원 상당의 추가 프로모션을 적용했다.
◇ 아우디 A3 40% 할인 대란…'소비자 우롱 마케팅'
아우디코리아가 지난 8월 콤팩트 세단인 2018년식 ‘아우디 A3 40 TFSI’를 아우디 공식 인증 중고차(AAP)를 통해 판매하기로 하면서 화제가 됐다. 이 차량은 올해 4월 생산된 A3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된 모델로 지난 7월 평택항에 입고된 신형 모델이다.
아우디코리아는 연간 4500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하는 완성차 브랜드를 대상으로 연간 약 9.5% 비율 이상의 친환경차를 판매하도록 강제한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 특별법을 지키기 위해서 이같은 할인 판매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우디코리아가 판매하는 차량 중 저공해 차량 인증을 받아 친환경차로 분류되는 모델은 A3가 유일하다. 아우디코리아는 기존 A3 차량 고객 우려 등을 감안해 새 차인 A3를 중고차로 판매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확한 가격과 구매 가능시기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등 실제 차를 구입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자 아우디코리아가 장기간 소비자 혼선과 시장 교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반값 일자리 '광주형 일자리' 원점으로
임금을 줄이고 일자리를 늘리는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현대차가 수정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표한 가운데 광주시는 협상을 지속한다는 방침이지만 서로간의 견해차가 큰 만큼 협상 교착의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광주형 일자리란 저임금 완성차 공장 설립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자동차 업계에는 경쟁력 있는 생산기지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따. 하지만 노동계에서 임금체계 안정 보장을 위한 조항인 ‘단체협약 유예’에 반대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 '10만대 클럽'에 싼타페 첫 가입…그랜저 2년 연속 10만대 돌파
올해 자동차 ‘10만대 클럽’에 현대자동차의 중대형 세단 그랜저와 SUV 싼타페(사진)가 가입할 전망이다. 10만대 클럽이란 연간 내수 10만대 이상이 팔리는 차종을 칭한다. 1~11월 기준 그랜저 10만2682대, 싼타페 9만8559대가 판매됐다.
지난 2000년 출시된 싼타페는 지금까지 연 판매량 10만대를 넘지 못했었다. 2012년 3세대 싼타페 이후 지난 2월 6년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한 신형 싼타페가 출시되면서 국내 시장에서 8개월 연속 최다 판매 모델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싼타페가 올해 내수판매 10만대를 돌파하면 SUV 모델 중 최초가 된다.
그랜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만대를 넘게 팔았다. 현대차의 대표모델로 꼽히는 그랜저는 2016년 11월 풀체인지 모델이 출시된 이후 줄곧 판매 1위를 차지하며 중대형 세단시장의 절대강자로서의 위엄을 입증하고 있다. 여기에 친환경차 모델인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가세하면서 꾸준한 인기를 보이고 있다.
◇벤츠, 수입차 시장 절대적 1위
메르세데스-벤츠가 3년 연속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올 1~11월 벤츠는 총 6만4325대를 판매했다. BMW(4만7569대)와의 격차는 약 1만7000여대에 달한다. 양강구도를 보였던 BMW가 화재사고 논란에 휩싸이면서 판매량이 급감한 반면 벤츠는 신차 효과로 판매량이 했다.
BMW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7년 연속 수입차업계 1위 자리를 차지했으며, 2016년부터는 벤츠가 줄곧 1위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 쌍용차, 해고자 복직 합의
쌍용자동차가 사회적 대 타협을 통해 해고자 119명을 내년 상반기까지 전원 복직시키기로 합의하면서 지난 10년 간의 해고자 복직문제가 종결됐다.
올해 말까지 복직 대상 해고자들의 60%를 채용하고, 나머지 해고자들에 대해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단계적으로 채용하게된다.
최종식 쌍용차 대표는 “늦은 감이 있지만 노ㆍ노ㆍ사ㆍ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지난 10년 간의 해고자 복직문제를 종결짓게 된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며 “남은 문제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사회적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쌍용차는 2013년 무급휴직자(454명) 전원 복직에 이어 2015년 노ㆍ노ㆍ사 3자 합의에 따라 2016년 40명, 2017년 62명, 2018년 26명 등 3차례에 걸쳐 신차출시 시기에 맞춰 희망퇴직자와 해고자 등에 대해 단계적 복직을 시행해 왔다.
◇전기차 2만대 시대 진입…폭발적 성장세
올해 전기차 누적 판매량이 2만대를 넘어서면서 ‘전기차 2만대 시대’가 열렸다. 이는 최근 4년간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와 같은 수준이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 1∼9월 국내 완성차 업체가 국내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총 2만411대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4년간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와 비슷한 규모다. 국내 전기차 보급 대수는 2014년부터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1075대 판매를 시작으로 2015년 2907대, 2016년 5914대에 이어 지난해에는 1만3826대가 판매됐다.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고, 전기차의 한계로 지목되던 1회 충전 운행거리와 배터리 보증 기간이 강화된 전기차 신모델 출시가 잇따르면서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을 사로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