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화탄소 누출로 서울 대성고등학교 재학생 10명의 사상자를 낸 ‘강릉 펜션 사고’를 수사해온 강원지방경찰청이 9명을 형사입건하고 이 중 2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강원경찰청은 4일 오후 3시 강릉펜션사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이번 사고 원인을 일산화탄소 유출로 보고 지방청 광역수사대, 강릉서 형사과 등 72명의 수사본부를 편성해 수사해왔다. 사고 보일러 시공과 안전관리 및 운영의 적정성 확인을 위해 관련자들과 점검, 관리기관을 상대로 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그 결과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펜션 운영자 A씨, 무등록 건설업자 B씨와 C씨, 자격이 없는 보일러 시공자 D씨, 부실한 완성검사를 한 가스안전공사 강원영동지사 관계자 E씨, 점검을 부실하게 한 가스공급자 F씨 등 7명과 불법 증축을 한 펜션 소유주 2명을 포함해 9명을 입건했다.
무자격 보일러 설치업자와 가스시설 시공업체 관계자 2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이들을 체포해 영장을 집행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번 사고 원인이 된 일산화탄소 유출 경위에 대해서는 사고 당시 보일러에서 배기관이 분리돼 일산화탄소를 포함한 배기가스가 각 방으로 확산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결과 보일러에서 배기관이 분리된 것은 보일러 시공자의 실수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보일러 시공자가 배기관과 배기구 사이 높이를 맞추기 위해 배기관 하단을 약 10cm가량 절단하여 배기관의 체결홈이 잘려나갔고, 이를 보일러 배기구에 집어넣는 과정에서 절단된 면이 보일러 배기구 안에 설치된 고무재질의 ‘O’링을 손상시켰다는 것이 수사 결과다. 배기구와 배기관 이음 부분에 법으로 규정된 내열실리콘으로 마감처리를 하지 안은 상태에서 보일러를 작동하며 점차 연통이 분리된 것으로 봤다.
보일러 급기관에서 발견된 벌집은 보일러의 불완전 연소를 유발, 배기관 이탈을 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농어촌 민박에 대한 가스안전관리 규정, 가스공급자의 보일러 안전점검 항목 등 일부 미흡한 점에 대해서는 관계 기관에 통보해 개선토록 하겠다”면서 “피해 학생과 가족들의 정신, 신체적 안전을 위해 피해자보호 전담 경찰관을 배치해 심리상담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8일 수능을 마친 대성고 재학생 10명은 강릉시 저동 한 펜션에 투숙했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당했다. 다친 학생 중 3명은 지난달 퇴원했으며, 남은 학생 4명 모두 빠르게 회복 중이다. 이날 강릉아산병원은 학생 1명이 오는 5일 퇴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