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근무하는 전문계약직을 두고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전문계약직들은 자신들이 이름만 다른 계약직이라며 처우 개선을 호소하는 반면 은행 정규직들은 전문계약직들이 해당 업권과 비교해 높은 대우를 제공받고 있는 것으로 반박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국내 주요은행 들은 모두 전문계약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계약직은 회계, 세무, 법률 등 특수 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나 기술 등이 요구되는 직위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채용되는 계약직 직원을 말한다.
은행들은 변호사, 별리사, 회계사 등을 전문계약직으로 고용해 일반 은행원들이 맡을 수 업무를 이들에게 맡기고 있다. 최근에는 은행의 전문계약직 범위가 상담, 사회공헌, 디자인, IT, 방송, SNS관리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전문계약직들의 불만은 전문계약직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나오고 있다. 먼저 자신들의 고용이 불안하다는 호소하다. 오히려 근로의 기간에 제한이 없는 무기계약직 보다 고용 안정이 못 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농협은행에서 근무하는 전문계약직 A씨는 “(전문계약직은) 이렇다 할 객관적 지표도 없이 동료 혹은 전문성 없는 그들에게 평가되어 버려지기 일쑤”라며 “잘된건 자기들(정규직) 공이고 안된건 전문직 탓을 해 내보낸다”고 토로했다. 이어 A씨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압박이 거세지자 (전문계약직을 이용한) 편법 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전문계약직의 경우 변호사, 회계사 등 일부 직종을 제외할 경우 대부분의 직종이 일반 은행원 보다 한 참 낮은 보수를 받고 있으며, 노조 가입도 불가능하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또 다른 전문계약직 직원은 “같은 곳에서 똑같이 힘든 일을 하고 있지만 연봉은 정규직에 한 참 낮은 수준을 받고 있다”며 “은행 노조에서는 전문계약직의 가입을 받지 않아 불함리함에 대해 어디에 호소할 곳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 주요은행 노조에서는 전문계약직의 가입을 받지 않고 있다.
지지부진한 정규직 전환도 전문계약직들의 주요 불만 사항이다. 모 은행의 경우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12년째 한 자리에서 전문계약직으로 근무하는 직원이 있으나 해당 직원의 정규직 전환은 아직까지 별다른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은행 정규직들은 이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전문계약직의 처우를 같은 은행원과 비교하기 보다 그들이 속하는 업계와 비교해야 한다는 것. 또한 전문계약직 직원의 특별한 하자가 발생하지 않는한 은행은 직원 교체에 나서지 않는 다는 주장이다.
은행 한 정규직 직원은 “IT나 디자인 등 해당 업권의 연봉과 은행에서 근무하는 전문계약직의 연봉을 비교하면 은행에서 근무하는 이들의 연봉이 절대 낮지 않다”며 “전문계약직들이 은행 본연의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닌 만큼 하는 해당 업무 필드와 처우를 비교해야 한다”고 말 했다. 이어 “근무평가에서 정성적인 부분이 들어갈 수 있으나 대부분 엄격한 평가기준에 따라 재계약 여부가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에 전문계약직과 일반계약직의 구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전문성이 떨어져도 전문계약직이라는 이름으로 고용되는 직종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은 법이나 노조의 보호에서 소외되는 만큼 전문계약직으로 구분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