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경영진이 오는 8일 파업으로 영업이 정상적으로 수행되지 않을 경우 일괄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파업을 막기 위한 노조와의 협상 타결 가능성이 떨어지는 가운데 파업에도 정상영업에 나서겠다는 배수진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4일 오후 KB국민은행 부행장 이하 경영진 54명은 허인 은행장에게 사직서를 일괄 제출했다.
경영진은 고객의 실망과 외면,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파업에 이르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노조가 파업의 명분이 될 수 없는 과도한 요구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상식과 원칙을 훼손해가면서까지 노조의 반복적인 관행과 일방적인 요구를 수용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사측의 설명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경영진들이 총파업에 이르게 된 점에 대해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있으며, 고객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데 있어서는 노사의 뜻이 다를리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파업에 이르지 않도록 끝까지 노동조합과의 대화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직서를 제출한 KB국민은행 경영진은 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전략기획부를 중심으로 다양한 대책을 병행하고 있다.
전날에는 김남일 KB국민은행 영업그룹 대표 부행장 등 경영진 16명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KB국민은행 가족 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고객과 함께 피와 땀으로 쌓아 올린 리딩뱅크의 위상을 스스로 허물어선 안 된다”며 파업 자제를 호소했다.
여기에 4일에는 직원들에게 ‘총파업 관련 복무 유의사항’을 통지해 파업에 참가할 경우 당일 근태를 ‘파업 참가’로 등록하도록 지시했다. 이는 파업 참가 사실이 인사기록에 남는 만큼 직원들의 파업 참가를 저지하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노사간의 협의 사항을 Q&A로 정리해 직원들에게 공지하는 등 직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실제 파업 실행에 대비한 거점 점포 운영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
사측이 총력전에 나서면서 노조의 반발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노조는 사측의 행위가 언론플레이를 통한 명분 쌓기로 보고 투쟁의 강도를 높여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근태 등록 등에 대해서는 부당노동행위로 보고 사측의 지시에 따르지 말 것을 종용하고 있다.
총파업을 앞두고 KB국민은행 노사의 대립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번 파업의 분수령은 이번 주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지금 상황은 파업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이번 주말이 막판 협상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주말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파업 실시 여부가 확정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