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판이 2라운드를 맞았다. 이 전 대통령 측은 1심과 달리 증인심문을 적극 활용, 무죄를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인겸)는 9일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에서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심문한다. 앞서 이 전 부회장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을 삼성에서 대신 내줬다고 자백했다. 1심 재판부는 삼성이 대납한 소송비 61억원이 뇌물로 인정된다며 이 전 대통령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는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됐다.
이날 재판에서 이 전 대통령 측은 이 전 부회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로펌 측에 전달된 삼성의 자금이 다스 소송 비용으로 특정되지 않았다는 내용 등이다.
이 전 부회장 외에도 14명의 증인심문이 예정돼 있다. 주 대상은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이다. ‘MB 집사’로 불렸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MB 금고지기’ 이병모 전 청계재단 사무국장, 강경호 전 다스 사장, 권승호 전 다스 전무, ‘처남댁’ 권영미씨 등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1심에서 “함께 일한 사람들을 법정에 세워 추구하는 것은 ‘금도’에 어긋난다”며 증인심문을 포기했다. 2심에서는 전략을 바꾼 것으로 분석된다.
김 전 비서관은 오는 23일과 오는 25일 법정에 출석한다. 그는 삼성에서 다스 소송비용을 대납한 이유가 이 전 대통령 때문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의 소송비 대납과 관련 이 전 부회장의 진술과 김 전 비서관의 진술이 일치했다. 또한 김 전 비서관은 이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국정원) 특수활동비(특활비) 상납 의혹에 결정적인 증언을 했다. 그는 검찰 수사에서 “국정원에서 돈을 받는 과정에 이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 특활비와 관련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유죄를 선고받았다.
강 전 사장과 권 전 전무, 권씨 등은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강 전 사장과 권 전 전무는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다스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이 전 대통령의 16가지 혐의 중 7개를 유죄 또는 일부 유죄로 판단,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을 선고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유죄로 판단된 모든 부분에 대해 항소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