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연수에서 박종철 예천군의원이 현지 가이드(재미교포)를 폭행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됐다. “손사래만 쳤다”는 박 의원의 해명은 거짓으로 탄로났다. 군의회는 8일 뒤늦게 연수 경비를 전액 반납하겠다며 수습에 나섰으나 비판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같은날 MBC는 현지시각으로 지난달 23일 오후 6시쯤 캐나다 토론토 버스 안에서 찍힌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에는 자리에 앉아있던 박 의원이 갑자기 일어나 가이드 A씨 얼굴을 가격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혔다. 박 의원은 A씨의 팔을 비틀고 주먹질하기도 했다. 다른 의원들이 박 의원의 폭행을 수수방관하고 있다가 뒤늦게 말리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박 의원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어 "빡빡한 일정 탓에 말다툼을 하다 '그만하자'며 손사래를 치는 과정에서 가이드가 얼굴을 맞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영상을 통해 박 의원이 거짓 해명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또 폭행을 당해 안경 파편이 얼굴에 박히는 등 피해를 당한 A씨는 아무 이유 없이 박 의원에게 폭행당했다고 증언했다. A씨는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뉴스쇼’에 출연해 “박 의원은 뒷자리에 누워 있었고 (본인은) 의장님하고 얘기를 하고 있었다”며 “대화를 하고 있는 도중 갑자기 일어나서 (박 의원이) 저한테 주먹을 날렸다”고 발언했다. A씨는 “일부 언론에서는 일정 문제로 언쟁을 하다 시비가 붙었다고 보도했는데 사건 당시 저는 박 의원과 언쟁을 벌인 적도 없고 대화조차 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이뿐만 아니다. A씨는 박 의원과 합의를 하자마자 박 의원의 태도가 돌변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돈을 받기 전에 합의서에 사인을 먼저 해 달라고 해서 해줬는데 합의서를 주머니에 넣자 돌변하고 막말을 했다”며 “박 의원은 ‘너도 나 때려봐라. 나도 돈 좀 벌어보자’라고 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가이드에게 사과 한마디 건네지 않은 채 가이드를 바꾸라고 계속 주장했고, 결국 일정 마지막날 가이드가 교체됐다. A씨는 끝끝내 박 의원에게 사과를 받지 못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갑질 파문’이 확산되자 박 의원은 지난 4일 “모든 것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가이드에게 사죄한다. 부의장직을 사퇴하고 당적 관계는 당의 처분에 따르겠다”고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 소속 정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을 탈당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자유한국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되기 전 탈당해 ‘꼼수’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이다.
박 의원뿐 아니라 권도식 의원이 여성 접대부가 있는 술집으로 데려가 달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군의원들이 술에 취해 호텔 복도에서 큰소리를 쳐 항의받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며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박 의원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군의회 누리집 게시판에도 항의글이 폭주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가 지난 7일 폭행 등 혐의로 박 의원을 비롯해 예천군의회를 고발함에 따라 경찰은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박 의원에 대해 상해죄 적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군의회 의원 9명과 의회 사무국 직원 5명 등 14명은 지난해 12월 20일부터 29일까지 7박 10일 동안 미국과 캐나다 연수를 다녀왔다. 이들은 1명당 442만원씩 총 6188만원의 예산을 세금으로 썼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