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파워, 아 옛날 이여~

은행장 파워, 아 옛날 이여~

허인·진옥동, 지주 회장 눈치보기 급급

기사승인 2019-01-10 04:00:00

11만명이 넘어가는 은행 전체 직원 가운데 단 19명만 될 수 있는 은행장의 파워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은행업이 금융지주 중심의 산업구조로 재편되면서 권력의 무게 추가 지주 회장으로 쏠린 영향이다.

특히 은행권에서는 지난 8일 실시된 KB국민은행 파업과 지난해 말 신한은행의 차기 행장 내정 과정을 두고 이러한 평가가 힘을 받고 있다.

최근 은행권에는 KB국민은행 파업을 두고 허인 행장의 역할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노조위원장 출신의 사측 최고 경영자로서 노조와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파업을 막았어야 하는 허 행장의 역할이 제한적이었다는 견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은 KB그룹을 대표하는 회사인 만큼 노사 협상 결과가 다른 자회사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행장 혼자 모든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노사의 임금단체협상은 은행 단독 안건이지만 행장 혼자 단독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는 설명이다.

국민은행 파업 당시 현장에 있던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도 “허 행장과 사적인 만남을 통해 파업을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허 행장이 결정을 내리지 못 했다”며 “결정권이 그에게 있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은행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은행장 혼자 모든 안건을 결정하던 시대가 지나갔음을 의미하는 발언들이다.

신한은행의 차기 행장 선정을 두고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위성호 행장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서울시금고 유치 등 큰 성과를 냈음에도 그동안 관례처럼 보장된 ‘2+1년’ 연임을 보장을 받지 못했다.

위 행장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회장 자리를 두고 경쟁하던 인물로 소위 라응찬 라인으로 분류되던 인물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친정체제 구축을 위해 경쟁관계였던 위 행장을 교체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위 행장이 인사 직후 이에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한 번 결정된 인사가 뒤집어 지지는 않았다. 은행권은 위 행장을 대신해 차기 행장으로 내정된 진옥동 신한지주 부사장이 위 행장과 같은 발언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장의 입지가 과거만 못 한 것은 지주회장과 은행장의 수직적 인사 관계에서 직접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은행장에 대한 인사는 지주의 자회사대표추천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되며 이 위원회에는 지주 회장이 상시 위원으로 참석하고 있다.

한편 은행장을 대신해 점점 커지는 지주 회장의 권력은 새로운 문제를 불러오고 있다. 각 자회사의 노조와 임금 및 단체 협상에 나설 의무가 없는 지주 회장에게 결정권이 주어지면서 노사간 대화가 단절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결정권은 지주 회장에게 있지만 지주 회장은 자회사의 노조와 대화에 나설 의무가 없다”며 “지주에 대화를 아무리 요청해도 묵묵부답인 상태일 뿐 이다”라고 토로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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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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