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대표팀 간판선수 심석희(21‧한국체대)가 조재범 전 코치로부터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빙상계의 어두운 이면이 뒷면이 드러났다.
심석희는 지난달 17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조 전 코치의 상습상해 및 재물손괴 사건 항소심 2차 재판에 공인으로 출석, 당일 조 전 코치에 대한 성폭행 관련 추가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고소 내용에 따르면 심석희는 만 17살이었던 2014년 여름부터 조 전 코치에게 수차례 성폭행과 강제 추행을 당했다. 훈련장, 진천선수촌 라커룸 등에서 이뤄진 성폭행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2달여 전까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민들은 조 전 코치에 대해 강력한 엄벌을 내려달라며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빙상계가 원인 제공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빙상계의 사건·사고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4년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주축 선수 6명은 코치진의 심각한 구타와 폭언에 시달리다 태릉선수촌을 집단 이탈했다. 2005년에는 코치진 선임에 반발한 남자 대표선수들이 태릉선수촌 입촌을 집단으로 거부해 논란이 일었다.
2013년 제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경기도 한 자치단체 실업팀 감독은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영구 제명 처분을 받았다. 이듬해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 재심사를 통해 3년 자격정지로 감경 받았다.
빙상계의 구조적 문제는 제기된 지 이미 10년이 넘었지만 변화 없이 썩은 물처럼 고여있다.
이 같은 문제점은 빙상계가 '성적지상주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데 이유가 있다. 빙상계는 코치진에게 성적만 낸다면 선수에 대한 체벌과 폭력 행위 등에 면죄부를 줬다.
일반적으로 선수들이 코치에게 반박할 힘도 존재하지 않는다. 코치들은 선수에 대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어릴 때 부터 선수들을 맡아 파벌이 만들어지곤 한다.
선수들은 파벌에서 밀려나면 선수 생활은 물론이고 은퇴 이후 지도자 생활에서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 그러다보니 선수들이 폭행을 비롯한 불법 행위를 당해도 목소리를 쉽게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국내에서 지도자 생활이 막힌 지도자 중 일부는 아무렇지 않게 해외에서 코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심석희는 고소장을 제출하며 “많은 것이 바뀌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체육회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전면적인 조사를 펼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심석희가 빙상계에 변화를 가져올지 이목이 쏠렸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