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해 있는 어촌마을에서 어촌계장과 짜고 나잠어업 피해보상금을 조직적으로 받아 챙겨온 가짜 해녀 130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어업피해조사를 담당하는 대학교수와 한국수력원자력을 퇴사한 전직 보상담당자 등과 공모해 10여년 동안 21억여원의 피해보상금을 나눠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해양경찰서는 조업실적을 허위로 꾸며 울주군 서생면 일대 각종 해상 공사의 피해보상금을 받은 어촌마을 어촌계장 A씨와 전직 마을이장, 전직 한국수력원자력 보상담당자 등 3명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또 나잠어업 피해보상금 21억원을 부당 수령한 가짜해녀 13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어업피해조사 최종보고서를 엉터리로 작성하는 방법으로 이들의 범행을 도운 대학교수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입건됐다.
울산해경은 지난해 8월‘가짜해녀’들이 다수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소규모 어촌마을임에도 나잠어업 신고자가 약 130여명에 달하는 기형적인 구조에 착안, 약 4개월에 걸친 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수사를 벌여왔다.
주거지 탐문, 물질 현장 확인, 장애인 등록 여부 등 방대한 자료를 수집한 후 분석하고 조사한 끝에 등록된 해녀들 중 약 80%(107명)가 '가짜해녀'로 밝혀졌다. 해녀로 유명한 제주도에도 산소호흡기 없이 잠수해 어패류를 잡는 나잠어업(해녀)신고자는 40여명에 불과하다.
나잠어업 피해보상금은 어업피해 조사기관에서 조업실적, 실제 어업종사여부를 확인해 보상등급 결정 후 이뤄진다. 어업피해조사 최종보고서를 바탕으로 감정평가기관이 보상금액을 산정해 개인별로 지급되는 절차다.
이들은 누구나 해당 지자체에 나잠어업 신고만 하면 신고증을 발급받아 나잠어업자로서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가짜 해녀' 중에는 PC방 사장, 체육관 관장, 택시기사, 컴퓨터 프로그래머, 경비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었다. 또한 나이가 많고 거동할 수 없거나 심지어 말기암 환자도 포함돼 있었다고 해경은 설명했다.
해경은 어업피해조사를 담당한 모 대학교 교수와 전직 한수원 보상담당자가 피해보상금 수령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어촌계장, 어촌마을 전 이장, 전 한수원 보상담당자 등과 공모해 조직적으로‘가짜해녀’들로부터 1인당 1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돈을 받은 뒤 가짜 조업실적을 만들어 보상금을 받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마을에서 이렇게 지급된 보상금만 모두 14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짜 조업실적 작성과정에서 10여년간 어업피해보상 업무를 담당하며 인근 어촌계장들과 친분을 쌓아온 전 한수원 담당자의 손을 거쳐 이들의 사기행각은 더욱 치밀해졌다는 게 해경의 설명이다.
이들은 어업피해 조사기관의 현장실사에 대비 2016년 5월부터 4개월간 아르바이트생을 고용, A4용지 10박스 분량의 개인별 가짜 조업실적을 만들어 보상금에 눈먼 해녀들의 개인 노트나 메모지에 받아 적게한 뒤 자신의 진짜 조업실적처럼 꾸며 보상의 자료가 되게끔 완전범죄를 도모했다.
이러한 가짜 조업실적은 인근 어촌마을에서도 만들어졌고 해당 마을 어촌계장 또한 개입했다. 이 마을은 그간 7억여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2개 어촌마을에서 지급된 나잠어업 피해보상금은 확인된 금액만 모두 21여억원에 달한다.
울산해경은 현재까지 수사결과를 토대로 어업피해 보상금이 지급되는 과정 전체의 문제점과 부당하게 지급된 어업피해 보상금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울산=박동욱 기자 pdw717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