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금리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코픽스(COFIX) 금리가 도입 8년만에 변화를 맞이한다. 기존 신규취급액 및 잔액기준 코픽스 금리 외에 新잔액기준 코픽스 금리가 도입된다. 금융당국은 새로운 잔액기준 코픽스 금리 도입으로 0.27%p의 금리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0.27%p의 금리 인하효과가 가능한 새로운 지표 도입이 코픽스 도입 8년만에 추진된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8년간 대출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금리 이득이 은행으로 모두 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등은 22일 은행권 대출금리 산정을 위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개선방안은 ▲대출금리 산정내역서 제공, ▲금리인하요구권 개선, ▲대출금리 비교공시제도 개선, ▲은행법령상 부당 금리 산출에 대한 조치근거 마련 등 대출금리 운용체계 개선방안과 함께 ▲새로운 잔액기준 코픽스를 도입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새로운 잔액기준 코픽스 금리 도입이다. 코픽스는 은행이 대출 재원을 마련하는 비용을 가늠하기 위해 2010년 도입된 지표다. 국내 8개 주요 은행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활용되는 8개 상품에 들어가는 비용을 가중평균해 산출된다. 은행 전체 변동금리 상품의 약 60%가 코픽스 금리에 따라 결정되며, 은행은 코픽스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최종 금리를 결정한다.
새로 도입되는 잔액기준 코픽스 금리는 기존 8개 상품에 은행이 저금리로 자금을 마련하는 요구불 예금과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등 결제성 자금과 정부·한은 차입금 등을 반영해 산출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요구불 예금 및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등 결제성자금의 경우 은행 대출재원의 18.6%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한은·지자체 차입금 등 기타예수·차입부채도 대출재원의 15.2%에 달한다. 최저 0.64%까지 낮은 비용에 조달이 가능한 은행 대출재원의 33.8%가 코픽스에 반영되지 않고 있던 상황이다.
당국은 이러한 문제 개선이 8년만에 단행된 배경을 결제성 자금의 변동폭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픽스 도입 당시 보도자료를 보면 ‘결제성자금 반영은 워낙 변동 폭이 크다’라고 되어있다”며 “그런 생각이 쭉 유지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결제성 자금의 경우 돈의 입출금 변동이 심해 지표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당국이 이번 개선방안을 통해 잔액기준 코픽스에 한해 결제성자금과 정부 차입금 등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을 직접 보여준 만큼 정부의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도 이러한 문제를 제때 발견하지 못 했다는 점을 일부 인정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런(결제성 자금은 지표로 적합하지 않다) 생각이 쭉 유지되고 있던 상태에서 이에 대한 지적들을 이때까지 저희는 받지를 못했다. 그런 지적들이 최근에 특히 작년에 나오면서 저희가 다시 한번 들여다 본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무관심 속에 방치된 코픽스 금리로 인해 소비자에게 돌아갈 금리 이득이 지난 8년간 은행에게 모두 돌아갔다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국민·신한·하나·우리·한국SC·한국씨티 등 6개 시중은행은 2010년부터 2017년말까지 10조원이 넘는 순이자수익을 벌어들였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