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원 규모의 기업투자 지원프로그램을 두고 산업은행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번 지원방안에서 ‘대출’보다 ‘투자’를 통한 지원을 강조하며 혁신금융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위원회·산업은행(산은)·기업은행(기은)은 23일 기업투자 지원프로그램 운영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산은과 기은이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해 ‘산업구조 고도화 지원’에 3년간 10조원, ‘환경·안전투자 지원’에 5조원의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산업구조 고도화 지원에서 산은은 예비중견·중견기업을 중심으로 7조원, 기은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3조원을 전통 주력산업 혁신 및 신성장 분야에 지원한다.
주목할 점은 산은과 기은의 지원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기은은 ‘대출’ 한 가지 방식으로만 지원하는 반면 산은은 ‘대출과 투자’의 두 가지 방식으로 지원에 나선다. 산은 관계자는 “대출과 투자의 뚜렷한 쿼터를 두지는 않고 있다. 고객의 수요에 맞게 탄력적으로 비중을 맞춰갈 것”이라며 “100% 투자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원을 받는 기업 입장에서는 빚으로 인식되는 대출보다 자본으로 받아들여지는 투자가 더 반가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은행은 원금 회수 가능성이 낮은 투자 보다 회수 가능성이 높은 대출을 선호한다. 따라서 은행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이례적인 모습이다.
특히 이번 지원 방법에 투자가 포함된 것은 산업은행의 요청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더욱 이목이 쏠린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차이에 따라 지원 방법을 이원화한 것은 아니고, 당초 지원방법을 두 은행 모두 대출로 한정하려 했다”면서 “산업은행 측에서 투자도 필요하다는 요청이 들어와 지원 방법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산은의 이러한 행보는 최근 요구되는 역할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산업은행의 역할이 주력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서 혁신금융을 통한 유망 중소·중견기업 육성으로 점차 변화해 나가야 한다는 요구다.
이와 관련해 이동걸 산은 회장도 올해 시무식에서 “혁신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고 유망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확대해 대기업과 일부 주력 산업에 편중한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며 산업은행의 혁심금융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최근 구조조정 업무를 전담할 자회사 신설을 추진하고, 혁신성장 금융을 담당할 부서를 확대하는 등 산은을 혁신성장 기관으로 만드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결국 산은의 이번 투자 행보를 산은의 역할 변화에 따라 나오는 변화의 단초로 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