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산란일자 표기 둘러싼 식약처-산란계농가 갈등 '점입가경'

달걀 산란일자 표기 둘러싼 식약처-산란계농가 갈등 '점입가경'

“정책 일방적 밀어붙여” vs “논의 충분히 거쳤다”

기사승인 2019-01-24 01:00:00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달걀 안전관리 대책은 달걀산업을 파탄 내는 대국민 사기극.” 

채란농가의 일갈이다. 달걀 산란일자 표기를 둘러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달걀업계간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은 ‘달걀 껍데기 산란일자표시’ 철회를 주장하며 40일 넘게 식약처 정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고, 감사원에 식약처의 감사청구를 요청하는 등 강경 일변도로 나서고 있다. 

우선 농가들은 식약처의 산란일자 표기 의무시행과 관련해 포장유통 의무화가 시행되면 달걀 껍데기에 표시된 사항을 소비자가 식별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산란일자를 표기한다고 해서 오래된 달걀의 유통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달걀임에도 산란일자가 1~2일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판매가 어려워져 폐기해야 하는 문제를 식약처가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식약처의 설명은 좀 다르다. 식약처 식품안전표시인증과 관계자는 “산란일자 표기 도입은 조류독감(AI) 발생이나 달걀 값 하락 등의 이유로 일선 농가에서 달걀을 장기간 보관하다 포장해서 판매할 우려를 원천 배제코자 도입된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통기한은 산란일자를 기준으로 설정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그간 포장일자를 기준으로 유통기한을 찍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정확한 식품 정보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식약처의 정책 추진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달걀 껍데기 산란일자표시는 많은 소비자가 산란일자를 확인하기 위해 계란을 만질 경우 위생상의 문제점이 우려된다”고 업계의 견해를 옹호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코자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유통기한을 전달코자 안각에 표기하자는 것이며,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산란일자를 기준으로 한 유통기한을 참고해 구매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김 의원은 “산란일자 표시보다 더 중요한 것이 7℃ 이하의 보관온도”라며 “산란일자 표시만 강조하는 것은 옳지 않은 행정수단”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유통기한을 강조하는 축산선진국의 시스템을 참고해 이력추적시스템 등을 통해 합리적인 달걀 안전관리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식약처는) 일방적인 정책수립을 자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식약처는 냉장유통을 통해 달걀의 유통기간이 길어지는 것과 산란일자 표기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반박한다. 관계자는 “달걀을 유통할 때 상온이나 냉장 상태에서 할 수 있다. 선택의 문제인데, 냉장유통을 해서 유통기한이 길어지는 것과 산란일자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말해 김 의원의 지적을 일축했다. 

업계의 ‘정책 밀어붙이기’에 대해서도 식약처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식약처 측은 “지난 2017년 ‘살충제 계란’ 파동을 계기로 달걀 안전관리 종합대책 중 하나가 산란일자 표기”라며 “대책 마련은 국무총리실 TF(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전문가, 업계, 소비자 단체 등과 충분한 협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식약처의 설명대로라면 왜 채란업계는 이제와 태도가 돌변한 걸까? 식약처 관계자는 “정책을 짤 당시에는 달걀 가격이 괜찮았는데, 현재는 과잉생산으로 많이 하락한 상태로 시장 상황이 나빠진 것이 영향을 준 게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이렇듯 식약처와 업계 간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축산물 표시기준 개정 고시는 다음달 23일부터 시행된다. 식약처는 정책을 차질 없이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고 있어 당분간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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