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연구자는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정책에 몇 점을 매길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지난 23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찾아갔다. 미세먼지가 우리 몸에 미치는 악영향을 다룬 보도는 많았지만, 관련 정책에 대한 전문가의 깊이 있는 비평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홍윤철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정책의 실종”이란 비판을 스스럼없이 내놨다. 아울러 마스크 효용성에 대한 일각의 논란에 대해서도 “착용은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미세먼지 경보가 없는 날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이 정도면 미세먼지는 가히 ‘재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세계보건기구(WHO)는 한 해 평균 600~700만 명이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 지구적 재앙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홍 교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역별 초미세먼지 농도와 연령 및 특정사망률 등을 분석했다. (연구를 통해 연평균 24.4㎍/㎥ 초미세먼지에 노출돼 한해 1만1924명이 기대수명보다 일찍 사망했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우리나라는 미세먼지에 의한 조기사망자 수 분석이 없었다. 물론, 해외에서 한반도 전체를 통으로 놓고 미세먼지 농도를 감안해 1만8000명가량으로 보는 통계 자료가 있긴 했지만, 정밀한 확인이 필요했다. 나와 연구팀은 우리나라 시군구별 미세먼지 농도와 사망률을 상세히 분석했다. 1만1924명으로 타 추정값에 비해 다소 적게 나왔다. 핵심은 이 숫자가 과대 추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소한의 사망자수라는 건가.
“그렇다. 미세먼지가 최소한 이 이상의 사망자를 유발한다는 의미다. 건강 영향은 익히 알려진 만큼, 대처 및 관리 방법 등 다음 단계를 고려해야 한다.”
-우리가 미세먼지에 대해 간과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일례로 한중간의 설전을 보자. 미세먼지 현상을 한중간 특수 관계로 보는 시각은 크게 잘못됐다. 사실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날아온다는 증거는 매우 많다. 위성사진만 봐도 먼지가 오는 것이 확인된다. 그러나 ‘우리는 피해자, 중국은 가해자’라는 구도를 탈피해야 한다. 중국이 미세먼지의 책임을 인정하고 우리에게 보상을 해줄리 만무하다. 문제는 국민부터 최종 정책 결정자까지 이렇듯 무의미한 경쟁 구도에 매달려 있다는 점이다.”
-시각의 확대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는 인도발 미세먼지의 영향을 우리보다 더 많이 받고 있다. 네팔만 해도 미세먼지의 약 60%가 인도로부터 유입된다. 태국도 미얀마에서 온 미세먼지가 전체의 30~40%에 달한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유럽 각국의 평균 30%가 외부에서 온 것이다. 벨기에는 40~60%를 상회한다. 이 말은 미세먼지의 이동은 보편적인 관계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우리와 같이 한중간 대립관계로 사안을 대하는 것은 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또한 전 지구적 현상을 극히 일부분만 골라내어 영향 여부를 따지는 것이 과연 과학적 판단인지도 의문이다. 달리 보면 우리나라의 미세먼지가 지구 한 바퀴를 돌아 중국에 유입될 수도 있다. 따라서 국제간 오염물질, 특히 미세먼지의 이동은 국제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서로 인정을 해야 한다. 시각을 확장하면, 중국이 부정하기 어렵다. 전 세계에서 미세먼지가 이동하고 있는데 중국만 이동을 안 한다고 버틸 수 있겠나. 이 경우 중국은 당연히 (미세먼지 감축 등에 대한 공동 노력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그게 해결에 훨씬 쉽다.”
-해외의 경우는 어떤가.
“유럽은 이미 1970년대부터 법적 효력을 가진 ‘대기오염물질의 장거리이동에 관한 협약(The Convention on Long-range Transboundary Air Pollution)’을 체결했다. 체결국은 자국의 목표만 달성하면 된다. 달성 실패시 그에 대한 책임을 진다. 소모적인 책임 공방이 불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미세먼지 대응이 개인 관리에 국한된 것 같다.
“개인 조치로 미세먼지를 대응하라는 것은 잘못됐다. 개인이 미세먼지에 책임이 있는가. 그런데 개인별로 마스크나 공기청정기를 구매하는 등의 비용을 지출을 통해 자신을 보호하라는 것이 정부 정책으로써 과연 합당한가. 정책으로 권고하는 것은 책임소지와 관련해 잘못된 접근이다.”
-정책 접근 방향을 제고해야 한다?
“정책의 실종이다. 단기적 정책은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정부는 미세먼지 주의경보 발령시 디젤차량 감축이나 차량 2부제 등을 시행한다. 이러한 정책은 미세먼지 감축에 효과를 나타내는 것 같지만, 이는 기후 사이클에 따른 결과일 뿐이다. 쉽게 딸 수 있는 과일은 다 따 먹었다. 디젤버스를 CNG버스로 바꿔 효과를 본 것 같은 정책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범부처 차원의 종책정책이 필요하다.”
-종합대책으로 어떤 것을 제안할 수 있을까.
“현실적인 감축량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가령, 서울시의 수도권 종합대책은 45% 감축이 목표다. 이것이 얼마나 웃기는 이야기인 줄 아는가? 중국에서 60~70%가 유입된다고 볼 때, 서울에서 이를 어떻게 감축한다는 것인가. 정책의 목표가 구체적인 계획 없이 짜였다고밖에 볼 수 없다. 저감 방법으로 화력발전소, 차량 등의 배출 감소를 내세우고 있는데, 실제 어떻게 45% 감축을 달성하겠다는 것은 찾아볼 수 없다. 과연 정책 실현성이 있는가. 구호만 존재할 뿐이다.”
◇ “미세먼지는 독성 화학물질”
-미세먼지 입자 크기와 농도 중 무엇이 더 위험한지 헷갈린다.
“둘 다다. 핵심은 미세먼지의 개수(표면적을 포함)가 많으면 문제가 된다. 같은 농도라면, 입자가 작을수록 개수는 많아진다. 개수가 많다는 것은 표면적이 커진다는 의미다. 그러나 농도가 높다면 그만큼 미세먼지 개수도 늘어난다. 여기서 입자가 작으면 혈관 속에 유입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전신에 영향을 끼치게 되기 때문이다. 건강 영향은 먼지가 전신을 ‘돌아다니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 영향을 따져봐야 한다?
“가령, 디젤이 연소하면서 가스 형태로 나온 것이 수증기와 결합해 형성된 입자가 미세먼지를 형성하게 된다. 온도가 높아지면 수증기 양이 많아져서 더 많이 결합,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이 입자들은 대부분 중금속이 포함된 화학물질이다. 따라서 체내 유입시 미세먼지는 화학물질로써 작용하게 된다. 흔히 입자가 몸속에 돌아다녀 축적된다는 오해를 많이 하는데, 결국은 독성 화학물질이 체내에 미치는 영향으로 바라봐야 한다.”
-미세먼지는 뇌에도 여러 영향을 미친다고 들었다.
“뇌졸중과의 연관성 연구는 내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진행했다. 연구 결과 우울증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울증도 유발하나?
“날씨가 나쁘면 우울해진다는 것도 결국은 미세먼지와의 연관 가능성이 높다. 7~8년 전 우울감 유발 연구를 시행하면서 임상적 우울증 유발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는 가설을 세웠다. 가설을 입증코자 서울에서 미세먼지 농도에 따른 우울증 발생률을 분석하자 매우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초미세먼지가 10만큼 증가하면, 우울증의 발생률이 50% 증가하는 결론이 도출됐다.”
-최근 마스크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해외에서 마스크가 효용성이 없다는 주장이 나왔었다. 연구실에서 마스크 착용 테스트를 해보니 절반 가까이 여과가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의 경우에는 70%가 샌다. 그러나 30%만 막아져도 이는 상당한 보호 효과라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다.”
-임산부, 영·유아, 노인을 포함해 호흡기 질환자들에게 마스크가 여러 부작용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 주장의 근거가 무엇인지 반문하고 싶다. 해당 그룹이야말로 미세먼지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이 그룹이 미세먼지에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는 숱하게 많다. 이들은 마스크의 효과를 가장 많이 본다. 일부 언론은 마스크 착용 시 마치 저산소증에 빠질 수 있다고 보도하더라. 산소는 마스크로 차단되지 않는다. 다만, 호흡의 불편감 때문에 문제가 다소 있을 수는 있겠다. 그러나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호흡곤란 때문에 건강상의 문제가 생긴 사람이 과연 있을지 의문이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