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의 1년, 미투의 1년

서지현의 1년, 미투의 1년

기사승인 2019-01-29 10:38:42

우리사회에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 검사에게 지난 1년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되며 서 검사 본인과 관련된 사안은 서서히 제 궤도를 찾아가는 모양새이지만, 자신에게 가해진 성추행 및 인사불이익과 관련한 소송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문화계와 정계, 최근에는 체육계까지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번져가는 상황을 바라보던 서 검사의 심경이란 복잡했으리란 짐작이 어렵지 않다. 실제로 서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수차례 지지와 연대의 목소리를 냈다. 그런 와중에도 자신을 향한 각종 ‘돌팔매’, 특히 동료 검사들의 자신을 향한 불리한 증언과 음해성 여론 등 2차 가해에 비교적 ‘유쾌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서 검사가 29일 오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열린 좌담회에 참석키로 했다는 소식은 전날에서야 전해졌다. 좌담회는 ‘서지현 검사 #미투 1년 지금까지의 변화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 좌담회’라는 이름으로 정춘숙 민주당 여성폭력근절특별위원회가 주최해 마련됐다. 

당대표실은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몰려든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10시 2분. 예정된 시간이 되자,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배석했지만, 서 검사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4분이 더 지난 6분, 장내는 쥐죽은 듯 조용했고, 긴장감은 곱절로 배가됐다. 이윽고 서 검사는 담담한 표정으로 입장했고, 카메라 플래시가 폭발하듯 터졌다.

서 검사는 “뉴스에 나가서 인터뷰를 한 것이 1년 전 오늘이었다. 추행이 있은 지 8년 3개월, 인사보복이 있은 지 3년여 만에 처벌이 이뤄졌다”고 운을 뗐다. 이어 “개인적으로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었다. 검찰은 정의로워야 한다. 가해자는 처벌받아야 한다. 그것을 말한 대가로 평생 집밖을 나오지 못하는 생활을 해도 후배들이 더 이상 이 같은 고통을 느끼지 않길 바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검사는 지난 1년간 겪은 고통은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검찰 역시 피해사실을 조직 보호 논리를 내세워 진실을 은폐했다”며 “가장 정의로워야 할 기관인 검찰조차 진실을 은폐한다는 것이 견딜 수 없이 괴로웠다”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는 “음모론이나 ‘정치를 하려고 한다’나 ‘인간관계와 업무능력에 문제가 있었다’는 2차 가해가 검찰과 법무부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에서 성범죄가 근절될지, 공정한 인사가 이뤄질지 모르지만 앞으로 그 누구도 서지현처럼 입을 열지는 못하리란 말을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피해자는 피해자워야 한다’는 강요된 폭력에 대해서도 서 검사는 조목조목 비판했다. 서 검사는 “피해자다움이란 없다. 피해자는 그 누구보다 행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대다수 언론이 피해자의 고통에 관심이 없이 성적인 흥미 위주로, 사생활을 침해하는데 앞장섰다. 2차가해에 언론의 책임도 크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29일은 서 검사의 용기로 시작된 미투 운동이 1년을 맞는 날”이라며 “국회에서 법안 발의 건수가 140건수에 달하지만 논의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미투 1년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논의하고 성폭력 피해자를 위하는 실질적인 결과물이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권미혁 의원도 “지난해 미투 운동이 시작된 이후 우리 사회의 많은 변화와 동시에 답답함도 있었다”면서 “기대했던 것에 대해 변화가 더디다는 느낌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서지현 검사에 대해 안태근 전 국장의 징역 2년에 법정 구속이 미투 운동에 대한 전환점을 맞이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정춘숙 위원장은 “작년 오늘은 한국 역사에 길이 남을 순간”이라며 “여성폭력의 본질과 우리사회의 성차별이 드러난 1년”으로 규정이었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국회에서 145건이 넘는 미투 법안이 쏟아졌지만 35건만 통과돼 난관이 많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이날 서 검사를 비롯해 ▲송원 연극배우 ▲양지혜 여학생에겐 학교가 없다 기획자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영순 미투시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김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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