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청소년의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는 청년·청소년단체가 ‘무응답’으로 일관 중인 자유한국당(한국당)을 비판했다.
선거개혁청년·청소년행동은 29일 오후 1시30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선거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70여명의 청소년·청년이 기자회견에 참석해 한국당 의원의 얼굴이 그려진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청소년도 시민이다. 청소년 인권 보장하라” “청년이 직접한다. 젊은 정치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국당 의원에게 보내는 편지도 낭독됐다. 이들은 “한국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만 18세 선거 연령 하향에 동의하고 이를 추진 중”이라며 “오로지 한국당만이 오는 2020년 총선에서 만 18세 청소년이 투표하는 길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총선에서 18세 청소년의 투표가 무산된다면 한국당 의원들은 그에 마땅한 역사적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며 “지금 당장 조건 없는 선거연령 하향을 추진해달라”고 촉구했다.
한국당 의원 개개인을 향한 발언도 있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다슬(17·여)씨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지목해 “국민으로서 나의 생각을 대변해주는 사람을 뽑고 싶다. 헌법에 명시된 권력을 국민으로서 행사하고 싶다”며 “핑계 대신 선거연령 하향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바른정당(현 바른미래당)에서 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긴 의원에게 선거연령 하향에 대한 입장을 재차 묻기도 했다. 강민진(23·여)씨는 “장제원·이종구 한국당 의원은 바른정당 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선거연령 하향에 공감하고 찬성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며 “정당 소속에 따라 의견이 달라진다면 자신이 무슨 다에 속했는지에 따라 표 계산을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당에 대한 청년·청소년 단체의 비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 단체는 지난해 2월 “이름을 무엇으로 바꾸든 한국당에 끝까지 표를 주지 않겠다”는 선언을 진행했다. 같은해 4월에는 자유한국당 현판식에서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며 기습시위를 벌였다. 한국당 규탄 1박2일 집중 시위도 진행됐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민중당 등은 선거연령 하향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민법과 공무원임용법, 병역법상 ‘성인’의 기준을 만 18세로 잡고 있다. 또한 전 세계 215개국에서 선거 연령 기준을 만 18세로 설정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는 우리나라와 폴란드만이 만 19세 참정권 부여를 고수하고 있다.
문제는 의석수다. 이날 기준 정당별 국회 의석수는 민주당 128석, 한국당 112석, 바른미래당 29석, 민주평화당 14석, 정의당 5석, 민중당 1석, 대한애국당 1석, 무소속 8석이다. 한국당의 동의가 있어야 선거연령 하향이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한국당은 “‘교실의 정치화’가 우려된다”며 선거연령 하향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 찬반논의가 지속되자 지난해 절충안으로 취학연령을 기존 8세에서 7세로 낮추는 학제 개편을 제시했다. 18세 유권자가 교복을 입고 투표하는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학제 개편에는 많은 예산과 조정이 필요해 사실상 시행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학제 개편까지 12년 이상이 걸린다는 점도 문제다.
시민단체들이 모인 정치개혁공동행동은 28일부터 국회 앞에서 선거연령 하향 등 ‘선거제도 개혁방안 합의 처리’를 촉구하며 농성을 진행 중이다. 여야 5당은 지난달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도 개혁 방안에 합의, 이달 내 처리를 약속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