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근로제가 건설현장에선 아무 소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기업노조 측은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인력충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은 30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근로기준법 준수 여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해 12월부터 2개월간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5위부터 100위까지의 건설사 조합원 61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386명)가 ‘주 52시간 근무가 지켜지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한 주 평균 8.5시간을 초과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최고 근무시간은 주 87시간으로 법정 노동시간보다 35시간 더 일했다.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는 원인으로는 응답자의 24.6%가 ‘인원 부족’을 꼽았다. 이어 ▲과다한 서류작업(19%) ▲발주처 업무(12.7%) ▲협력업체 야간작업(11.1%) ▲과다 업무(11.1%) ▲상급자 눈치(6.3%) 순으로 응답했다.

해결방법으로는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49.1%가 ‘인원 충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의식 개선(17.5%) ▲제도 개선(7%) ▲공기 산정(6.1%) 등이 뒤를 이었다. 

건설기업노조는 건설사들이 정부 기조에 맞게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실제 지켜지지 않는 서류상 휴게시간 등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발주처의 잔업 지시 문화 등이 근절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단속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건설기업노조 김지용 부장은 “실제로는 초과노동시간이 조사보다 더 클 것이라 본다”며 “특히 공사 마감 임박 시 과중은 더 심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종합하면 현장에선 주52시간 근로근무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52시간이 지켜진다고 답한 조합원도 실제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꽉 채워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제도 개선과 건설사들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휴게시간에 대한 폐지 의견도 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 준수를 가리기 위한 편법으로 다수의 건설사들이 휴게시간을 도입했다는 설명이다. 김지용 부장은 “주52시간 근무 준수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통계로 잡지 않았지만, 다수의 노동자들이 휴게시간 폐지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건설기업노조 홍순관 위원장은 “근로시간을 맞추기 위해 다수의 건설기업들이 편법으로 휴게시간을 만든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공기도 정해져있고, 당일 업무분량도 있는데 눈치가 보여서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구조다”라고 토로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