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의 위안부 피해자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 이들은 일본 정부의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1일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복동씨의 장례가 ‘여성운동가 김복동시민장’으로 치러진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30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추모 행진을 시작,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영결식을 진행한다.
위안부 피해자로서 목소리를 내왔던 고 김씨는 지난 28일 세상을 떠났다. 고 김씨는 지난 1940년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동원됐다. 당시 만 14세였다. 그는 지난 92년 대중 앞에 나서 위안부 피해를 증언했다. 세계 곳곳을 돌며 일본의 사과를 요구했다. 고 김씨는 눈을 감기 직전에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해 끝까지 싸워달라”고 당부했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는 총 240명이다. 이 중 고 김씨를 포함 217명이 세상을 떠났다. 현재 생존해 있는 위안부 피해자는 23명뿐이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91세다. 고 김씨와 같은 날 또 다른 위안부 피해자인 이모씨도 눈을 감았다.
피해자들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음에도 일본은 ‘묵묵부답’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30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해 “지금까지 쌓아온 관계의 전제마저 부정하는 듯한 움직임이 계속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같은 달 28일 시정연설에서는 한국 관련 발언을 의도적으로 피했다.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5년 12월28일 한일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해당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에서 10억엔을 출연, 화해치유재단이 설립됐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아무리 위로금을 준다고 해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단의 해산을 촉구했다. 지난 21일 문재인 정부에서 화해치유재단의 허가를 취소했고 해산 절차에 돌입했다. 이에 일본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항의했다.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민간에서도 발생했다. 최근 국내 한 항공사의 일본 협력업체는 한국인 직원들에게 “위안부 후원 브랜드 가방을 들지 말라”고 지시해 논란이 됐다. 지난해 11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상영을 두고 몸싸움도 벌어졌다. 우익단체 회원들은 ‘침묵, 일어서는 위안부’의 상영장에 몰려와 상영 중단을 요구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일본의 한 우익 인사가 대만의 위안부 소녀상에 발길질을 해 질타를 받았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