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SKY 캐슬’ 마친 김서형의 질문

[쿠키인터뷰] ‘SKY 캐슬’ 마친 김서형의 질문

‘SKY 캐슬’ 마친 김서형의 질문

기사승인 2019-02-20 07:00:00

쉴 새 없이 웃음이 터졌다. 최근 서울 논현로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서형은 ‘SKY 캐슬’ 속 김주영 선생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빠른 속도로 연기에 대한 고충을 털어 놓다가도 예측할 수 없는 농담을 던졌다. ‘SKY 캐슬’ 방영 후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알면서”라고 답변해 웃음을 자아내는 식이다.

김서형은 최근 종영한 JTBC 금토극 ‘SKY 캐슬’에서 냉철하고 잔혹한 입시코디네이터 김주영 역을 맡아 열연했다. 드라마는 비지상파 채널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작품 속 김주영의 흐트러짐 없이 올린 머리와 온통 검은 의상, 독특한 말투는 유행처럼 번졌다.

많은 사랑을 받은 캐릭터지만, 연기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처음 제안이 들어 왔을 때부터 주저했다. 전작인 ‘이리와 안아줘’에서도 사이코패스 기자 역을 맡아 불면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김서형은 “어떤 역할이든 어려움은 있겠지만, 강렬하고 힘을 쓰는 역할을 맡으면 몸이 아프다”고 털어놨다.

“이런 역을 하면 일단 몸이 아파요. 전작에서 힘쓰는 역을 하면 꼭 몸이 아팠어요. 그런 경험이 생각나니까, 김주영 역을 선뜻 한다고 하기 힘들었어요. 대본이 재미없고 불만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하면서 내가 너무 아플 걸 알아서요.”

촬영이 시작되자 예정된 어려움이 찾아왔다. 김서형은 ‘SKY 캐슬’ 촬영 당시 체력의 문제 보다 정신적인 어려움이 컸다고 말했다. 드라마 중반부를 지나면서는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할지 고민했다고. 김서형은 “작품을 마무리한 지금 돌이켜 보면 그것이 바로 김주영의 마음 상태였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아팠던 건 김서형이 아니라 김주영이었던 것 같아요. 연기를 하면서 특히 힘든 점은 캐릭터가 받는 심적 고통에 동화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상담을 받으며 김서형과 김주영을 분리 시켜야 하나 고민했어요. 연기할 땐 배역과 나의 중간지점을 찾을 필요가 있는데, 그게 어려울 때가 있어요. 알면서도 헤맬 때가 있죠. 작품이 끝을 향해 갈수록 ‘김주영이 나를 괴롭혔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힘들 것을 알면서도 ‘SKY 캐슬’, 김주영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출연한 필모그래피를 모두 나열한 김서형은 “촉”으로 작품을 선택해왔다고 말했다. 비슷해 보이는 역할 중에서도 조금씩 다른 것을 보여줄 수 있을 만한 역할이 눈에 들어온다는 것. 그리고 선택한 역할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열심히 연기했다고 강조했다. ‘SKY 캐슬’. 김주영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역할 중에서도 하나를 택할 수 있는 건, 이상한 촉 때문인 것 같아요.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도 내가 맡아서 무엇인가 더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으면 선택해요. 김주영도 그랬죠. 말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캐릭터로 구사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보였어요. 분명한 건 작품의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저는 늘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는 거예요.”

자신을 “거침이 없는 사람” “작품을 통해 성장하는 배우”라고 정의한 김서형은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허투루 하지 않고 연기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어떠한 연기자로 기억되고 싶을지 묻자, 그는 또 다른 질문으로 답했다.

“언젠가는 ‘어떤 역할을 줘도 잘 하는 배우’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이 말만 남아도 좋겠네요. 역으로 물어 보고 싶기도 해요. 김서형에게 어떤 역할이든 맡길 수 있나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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