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마음만 급한 일회용품 정책

[기자수첩] 마음만 급한 일회용품 정책

기사승인 2019-02-21 05:00:00

전거지감(前车之鉴)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앞에 간 수레를 거울로 삼는다는 뜻으로 말 그대로 과거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같은 실패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지난해 5월 정부가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 일상에서 플라스틱과 일회용품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커피 프랜차이즈에서는 머그컵이나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는 사람이 증가했고, 마트에서는 비닐봉투 제공이 전면 금지됐다. 

해당 대책에는 제조·생산 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을 줄여나가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50% 감축, 재활용률을 두 배 늘리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단순히 폐기나 수거 단계에서 재활용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사용 부문도 관리해 쓰레기 발생 자체를 줄이겠다는 목적이다. 

현재로서는 순항하고 있지만 시작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당시 급작스럽게 지침을 진행하다보니 현장에서는 이미 충분히 예견됐을만한 문제들이 계속 불거져왔다. 잠시 매장에 앉아있다가 나가는 손님에게는 테이크 아웃 잔을 제공해도 되는지, 혹은 테이크아웃 하겠다고 말한 손님이 잠깐 매장에 앉아있다가 적발되는 경우는 어떠한지에 대한 사례 판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환경부는 부랴부랴 긴급 간담회를 열고 공통단속기준을 마련했다. 다회용 컵을 매장에 적정하게 비치하고 있는지와 직원이 고객에게 규정을 고지하고 일회용컵 사용을 권유했는지, 고객이 테이크 아웃 의사를 밝혔는지 여부가 신설됐다. 

그러나 최근 일각에서 ‘장례식장 일회용품 금지’에 대한 의견이 나오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환경부와 한국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 등에 따르면 장례식장 한 곳에서 일년동안 버려지는 일회용품은 그릇·접시 포함 200만개에 달한다. 전국 장례식장으로 생각한다면 단순 계산으로도 2억개가 훌쩍 넘어간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일회용 합성수지 접시의 20%가 장례식장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례식장 일회용품 규제는 2014년 이미 관련법 개정안에 따라 시행된 바 있다. 조리·세척시설이 있는 장례식장에 한해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유족이 장례용품을 구입하거나 상조회사 등에 제공 받을 경우 사실상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올 상반기 환경부는 일회용품 사용 저감 로드맵에 이러한 부분을 강화한 내용을 포함하겠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제점은 여전하다. 행정적인 부분은 물론 국민정서에 반할 수 있는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가 문제다. 

장례식장에서 대접하는 육개장이나 음식은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리러 오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일련의 대책이 없이 무작정 이를 전면 금지할 경우 유가족은 직접 설거지를 하거나 따로 사람을 써야 한다. 과거 관련법에서는 조리·세척시설이 있는 장례식장에 한했지만, 이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조삼모사와 다를게 없다. 그렇다고 유가족의 구입이나 상조회사의 지원을 막기에는 유족-상조간 금전적인 계약 이행에 따른 절차를 막아서게 된다. 

현실적으로는 현재 조리·세척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장례식장에 예산지원 등으로 이를 갖추게 하는 것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얼마나 많은 장례식장에, 얼마나 많은 예산이 소요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책은 경중에 따라 길게, 혹은 가까이 내다봐야한다. 수십년간 해오던 일은, 비록 잘못됐다 하더라도 단숨에 바꾸려다가는 오히려 그르치게 된다. ‘어떻게 하면 일회용품을 못쓰게 할까’가 아닌, ‘어떻게 하면 일회용품을 안 쓸까’의 정책이 요구되는 현재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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