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빅딜’을 앞두고 현대중공업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업계 맏형 현대중공업이 세계 2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국내 조선업 경쟁력 강화에 나섰지만, 양사 노동조합이 구조조정과 고용불안을 우려하며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이번 ‘빅딜’이 전 세계 30여국을 대상으로 한 독과점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2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노조는 조선 빅딜에 반대하며 공동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먼저 지난 18일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오전 6시30분부터 19일 오후 1시까지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매각 반대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이날 노조는 전체 조합원 5611명 중 5249명이 참가해 4831명(92.16%)의 찬성으로 파업 안을 통과시켰다. 대우조선 노조는 이번 파업 결의를 통해 본격적인 인수반대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지난 20일 열린 파업 찬반투표에서 전체 조합원(분할사 포함 1만438명) 중 51.58%가 파업을 찬성해 가결했다.
양사 노조 모두 회사가 합쳐지면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등 중복 업무에 의한 대대적 구조조정과 고용불안을 우려하고 있다. 결국 생존권이 위태롭다는 것이 이번 총파업의 명분이다.
이에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추가적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란 약속과 고용안정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양사 노조의 저항은 이미 들불처럼 커지고 있다. 노조가 강경 투쟁에 나선 이상 인수·매각 작업이 원활히 이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조선 빅딜의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를 포함한 전 세계 30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독과점 심사 통과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이뤄질 경우 양사의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과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의 수주잔고(척수)는 글로벌 점유율의 60%에 달한다. 주력 선종에서 높은 점유율로 국제 독과점 이슈가 분명히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런 주력제품의 독과점 문제로 최근 기업 합병이 무산된 사례도 있다. 지난해 11월 독일 지멘스와 프랑스 알스톰의 철도 사업부 간 합병 추진은 주력제품인 초고속열차에서의 독과점 및 승객 요금인상(개인의 피해)을 근거로 유럽연합(EU)에서 합병이 무산됐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이 추진하고 있는 중간 지주사 형태 등의 새로운 법인을 설립해 조선 독과점을 우회하려는 방법을 WTO는 강력한 담합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악의 경우 빅딜이 엎어지거나, 국제 분쟁에 따른 국력 소진 및 국제사회에서의 비난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결과를 예단키 어려우나, 독과점 문제는 ‘조선업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해 본다면 해결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선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각국의 기업 결합 허들을 넘는 것이 큰 문제임은 분명하다. 다만 조선업의 시장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며 “선주사의 힘이 막강한 시장으로 선주들이 한국 선박의 값이 비싸다고 판단하면 중국과 일본에서 배를 구매해도 되는 상황이다. 선가 인상 우려가 적다”며 독과점 문제가 과대평가됐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부 글로벌 선주사들은 이번 빅딜을 통해 보유 선가가 상승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선가 인상 폭이 높지 않더라도 보유하고 있는 한국 중고 선박(LNG선박 등)의 가격이 오를 테고, 이는 보유자산의 증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빅딜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고 전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