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대내외적으로 미세먼지 잡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고객들을 위해서는 고유 브랜드 아파트에 미세먼지 관련 시스템을 개발해 적용하고, 현장 직원들을 위해서는 실내작업을 위주로 현장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공사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는 신규 현장의 경우 실내작업이 딱히 없어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건설사 “미세먼지 저감 기술, 선택 아닌 필수”=7일 정부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앞으로는 아파트 설계 단계에서부터 공기정화 장치 등 미세먼지를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 설치가 점차 보편화될 전망이다.
GS건설은 최근 밀폐된 공간에서 별도의 환기 없이 공기청정기를 24시간 가동할 수 있는 시스클라인 개발을 마쳤다. 시스클라인은 천정에 설치하는 시스템에어컨 형식으로 홈 네트워크시스템,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제어가 가능하다.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홈 네트워크시스템이 자동으로 작동해 환기 기능을 실행하는 식이다.
현재 인증절차를 거치고 있으며 5월부터 실제 시공이 가능한 제품이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신축되는 모든 자이아파트에 설치할 예정이며 기술적으로 설치가 가능한 일부 기존 아파트에도 설치하게 된다.
현대건설은 현관에서부터 미세먼지 등 외부 오염공기 유입을 차단하는 H클린현관 을 개발했다. 외부 활동 뒤 실내로 들어가기 전에 세정을 통해 먼지를 제거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오염물질을 사전에 차단한다.
또한 공동현관에 에어샤워부스를, 아파트 단지 내외부에 미세먼지 제거 미스트를 자동 분사하는 시스템을 설치하는 등 아파트 단지 전체에서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미세먼지 관련 기술은 서울 강남구 일원대우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포레센트에 적용된다.
삼성물산은 현재 래미안 신반포리오센트, 래미안 아트리치 등에 삼성물산이 자체 개발한 IoT 홈큐브 시스템을 적용해 시공을 진행하고 있다. 홈큐브는 휴대용 실내 미세먼지 측정기로 스마트홈 시스템과 연계돼 자동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고 환기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이밖에 아파트 동 입구에 설치한 고성능 필터를 통과한 청정공기로 미세먼지와 세균 등을 제거하는 에어샤워 시스템, 현관에 설치하는 공기청정 시스템 등을 갖추게 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건설사의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당사는 앞으로도 입주민들에게 쾌적한 주거공간을 제공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건설현장, 실내작업 위주로…문제는 신규 현장=건설사들은 고농도 미세먼지 저감 비상조치에 따라 현장에서 미세먼지 원인이 되는 비산먼지가 발생할 수 있는 공정 작업을 자제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비산먼지가 발생하는 작업은 굴착이나 토사 반출, 철거·해체 작업 등이다. 건설사들은 미세먼지 저감 조치로 이 공정 대신 실내작업을 위주로 현장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한화건설은 터파기, 기초공사 등 비산먼지가 다량 발생하는 공정의 경우 50% 이상 단축·조정해 공사를 진행 중이다. SK건설은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 토공 굴착이나 상하차, 철거, 야외절단 등 비산먼지 발생 작업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공사시간을 변경·조정하고 있다.
이밖에 건설현장에 근로자들이 출근하면 마스크를 배부하고 매일 아침 운동장 등 야외에서 진행하던 안전조회나 비상대응훈련도 생략하고 있다.
다만 문제는 미세먼지가 이례적으로 길게 이어지면서 공사 기간이 지연된다는 점이다. 특히 공사에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는 현장의 경우 실내작업이랄 것이 없기 때문에 공사 진행이 어렵다. 내부 작업을 할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사실상 공사 진행이 어렵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공사 기간 지연이 불가피하다.
건설현장 관계자는 “지난해도 이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올해엔 너무 길게 미세먼지가 이어지고 있다”며 “공사기간을 맞추는 게 중요한 현장 근로자의 경우 굉장히 난감하다. 4월엔 더 심해질 텐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우려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