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도'로 일컬어지는 부산지역에서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지명자의 인선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여기에다 막판까지 유력시 되다가 결국 탈락한 김인현 후보자의 출신지인 대구경북에서는 'TK 홀대'의 산물이라는 얘기들이 나돌고 있어 향후 파장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번 해수부장관의 인선과정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지역 여론에 각각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부산일보-매일신문 양대 언론사의 민감한 반응이다.
부산일보는 청와대가 예정일을 하루 미룬 개각 발표 당일인 8일 조간신문 1면에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빌어 '문성혁 해수부장관 내정' 기사를 실었다. 신문사가 개각 발표 당일에 내정 기사를 내보내는 것은 되돌릴 수 없는 오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기 힘든 케이스다.
전날 인터넷에도 미리 소개된 이 기사에는 "복수의 관계자는 '문성혁·김인현 교수 2명 최종 후보로 압축됐다. 아무래도 부산지역에서 미는 후보가 되지 않겠느냐. 부산지역 잘 아는 사람이 조금 유리하지 않겠느냐'며 문성혁 교수가 낙점됐음을 암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기사의 파급력은 컸다.
해당 기사가 인터넷 기사로 보도된 7일 오후 매일신문은 인터넷 기사를 통해 "해수부 장관으로 영덕 출신의 김인현 교수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개각을 하루 앞두고 부산경남출신의 한 후보자가 내정됐다는 애기가 나돌고 있다. 김 교수의 입각이 어려워질 경우 중앙 부처 18곳을 통틀어 TK출신 장관은 사실상 '0'에 가까운 초유의 사태가 예견된다"고 예민하게 반응했다.
매일신문의 보도가 아니더라도, 실제 이번 개각을 앞두고 당초 해수부 장관의 후보군에는 문 지명자의 이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달 중순 이후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한 개각설에 편승해 해수부 장관 후보로 떠오른 인사는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비롯해 우예종 전 부산항만공사 사장, 이연승 선박안전공단 이사장 등 3인이었다.
특히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원장인 김인현(61) 교수의 경우, 김수현(58) 청와대 정책실장과 동향(경북 영덕)인데다 김영춘 현직 장관의 천거 인사라는 설이 나돌면서 문성혁 교수의 이름이 거론되기 이전까지는 가장 유력 후보로 평가됐다.
하지만 막판에 부산 출신의 문성혁(62) 교수가 후보군에 포함되면서 급부상했다. 개각일 하루이틀 전에는 김인현-문성혁 두 사람이 막판까지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결과는 부산일보의 예단 보도가 맞아떨어졌다.
김-문 교수와 같은 한국해양대 출신인 부산지역 한 해양조선업계 경영인은 "학자 출신의 입각은 전문성이 최우선이라는 점에서 보면, 국내 법학자 가운데 논문 인용이 가장 많은 김 교수를 넘을 후보는 없을 것"이라며 "남녀 비율을 따져 여성 후보자가 유력시 되더니,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부산을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논리로 그간 거론조차 안되던 제3자가 갑자기 지명된 것은 누가 봐도 내년 총선을 겨냥한 인사"라고 평가했다.
이어 "초기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김 교수가 막판에 배제된 이유가 논문 표절이라는 전혀 근거 없는 악성 루머까지 나돌고 있어 학계나 해양조선업계에서는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부산=박동욱 기자 pdw717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