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광주 법정에 섰다. 5·18 민주화운동 이후 39년 만이다.
11일 오후 2시30분 광주지법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의 심리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전씨에 대한 공판이 열렸다. 알츠하이머를 주장했던 전씨는 이날 인정 신문에서 생년월일과 주거지 주소, 기준지 주소 등을 확인하는 질문에 모두 “네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날 전씨의 부인인 이순자씨는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전씨와 나란히 앉았다.
전씨 측은 5·18 당시 ‘헬기 사격’ 여부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공소 사실을 부인했다. 전씨의 법률 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고(故) 조비오 신부가 주장한 헬기 사격 여부는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며 “허위사실로 사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을 옳지 않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헬기사격이 없었다면 공소사실은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전씨는 본인의 기록과 국과 기관 기록, 검찰 수사 기록을 토대로 확인된 내용을 회고록에 기술했다”며 “고의성을 갖고 허위 사실을 기록해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범죄지의 관할을 광주라고 볼 수 없다며 재판 관할 이전을 신청하는 의견서도 제출했다.
검찰은 국가기록원 자료와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관련 수사 및 공판 기록, 참고인 진술 등을 조사해 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객관적 사실을 확보했다며 전씨가 회고록에 허위 내용을 적시해 고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이야기했다.
재판은 1시간15분 만인 오후 3시45분 종료됐다. 전씨는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묻는 취재진과 항의하는 시민들을 헤치고 힘겹게 차에 올랐다.
전씨는 지난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8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