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 면세점 사업? 절반은 중국 것"

[기자수첩] "한국 면세점 사업? 절반은 중국 것"

기사승인 2019-03-12 05:00:02

“한국 면세 사업의 절반은 사실상 중국 것.”

중국 국영 면세점 업체 CDFG(China Duty Free Group)의 찰스 첸 회장이 최근 한 콘퍼런스에서 한국 면세업계를 두고 한 말이다. 본 발언은 따이공(보따리상)에 대한 언급 중 나왔다. 그는 “지난해 한국 면세사업의 뷰티 제품 매출 절반이 따이공 매출”이라면서 "매출 절반이 중국 고객에 의한 것인 만큼, 사실상 한국 면세사업의 절반은 중국의 것"이라고 폭탄 발언을 했다.

무례도 이런 무례가 없다. 중국의 면세사업이 아무리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지만, 이는 자신감을 넘어서 자만으로 비춰질 정도다. 

하지만 그의 말을 부정할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라 속이 쓰리다. 따이공이 국내 면세 업계를 쥐락펴락할 정도로 성장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면세점 매출의 70~80%가 중국인이고, 이 중 80% 이상을 따이공으로 추정하고 있다. 면세업계는 올 초 중국 당국이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으로 따이공 규제에 나서자, 이들의 숫자가 줄진 않을까 남몰래 가슴까지 졸이는 중이다. 

날로 높아지는 따이공 의존도는 면세업계의 큰 골칫거리가 됐다. 매출은 지속적으로 높아지지만 수익성은 높아지지 않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따이공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들에 빠지는 송객 수수료 규모는 매해 점점 늘고만 있다. 업계는 면세점이 늘어 경쟁자도 늘은 데다,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늘어난 수수로 지출을 감내하고 있다. 

영향력이 커진 따이공의 대한 폐해는 면세업계의 양극화도 낳고 있다. 실제로 작년 눈부신 매출의 성과는 대기업 면세점에 의해 이뤄졌다.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약한 중견 중소 면세점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부는 면세점을 더 늘린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시내면세점 추가 설치로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편의를 제고해 한국 방문을 활성화하겠다"라고 했다. 면세점의 주 고객이 따이공인걸 다 아는 상황에서, 과연 누구의 편의를 봐 주겠다는 건지 의문이다. 국내 면세업계가 따이공을 위한 도매업체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 일고 있다. 

면세점을 늘릴 것이 아니라, 면세점과 따이공 간의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 순수 관광객의 비중을 늘리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가장 먼저 ‘면세 쇼핑’ 외의 중국 관광객을 불러들일만한 관광 콘텐츠와 인프라 개발이 시급하다. 관광객이 늘면 따이공의 비율은 자연히 줄어들게 된다. 오히려 송객 수수료 규제 등의 정책은 업계의 경쟁력 악화만 불러올 뿐이다. 따이공은 관광객이 아닌 이윤추구가 목적인 ‘장사꾼’이라는 시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면세업계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정부 관광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 대안을 강구해야 할 때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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