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분만 인프라가 빠르게 붕괴되고 있는 가운데 산부인과 의료수가 인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4일 김윤하 대한모체태아의학회장(전남의대 산부인과)은 '저출산대응을 위한 의료정책 국회토론회'에서 "국내 지자체 43%가 분만취약지역에 해당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아이를 받는 산부인과는 꾸준히 줄고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3년 전국 706개소였던 분만 의료기관의 수는 5년 후인 2017년에는 528개소로 17.6%나 줄었다. 서울의 분만시설은 최근 5년간 21% 감소해 5곳 중 1곳이 문을 닫았고, 분만기관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도 18.2% 감소했다.
반면 만혼과 저출산 추세로 35세 이상의 고령 산모, 조산, 임신중독증 등 고위험 산모는 꾸준히 늘고 있다. 통계청의 2017년 출생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체 출산 중 35세 이상의 산모 비중이 29.4%에 달했는데, 2006년 전체 11%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갈수록 줄어드는 산부인과의 현실과는 반대로 질높은 분만 의료에 요구는 높아진 셈이다.
의료계는 낮은 분만 수가와 저출산으로 인한 경영악화, 그리고 높은 의료사고와 분쟁을 분만 인프라 붕괴의 주 원인으로 꼽는다. 이로 인해 의료현장에서는 전공의 지원 감소, 산부인과 폐업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10년 간(2008년-2018년) 산부인과 전공의 정원은 27%가량 줄었음에도 평균 전공의 확보율은 76.1%에 그치고, 이 중 14.2%는 중도에 전공의 수련을 포기한 것으로 보고된다. 산부인과 전공의가 줄면서 수련병원 안전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김 회장은 "고위험 산모 비율이 높은 수련 병원에서 전공의 감소는 전문의 1인당 근무량의 증가로 이어지고, 적은 인력에 고위험 환자가 많을수록 의료사고의 위험성이 증가한다"며 "여기에 전공의 수련시간을 제한한 전공의특별법으로 인력부족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안전한 분만 인프라를 위해 ▲분만수가 인상, 진통산모 관리료 신설 등 관련 수가의 정상화 ▲분만 의료진에 대한 인센티브 ▲의료분쟁 발생 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분만 취약지역 대책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올해 안으로 산부인과 적정수가 인상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태어나는 아이들이 줄어들다보니 수가를 포함한 출산인프라 붕괴 문제가 나타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학회와 개원의사회 등 산부인과 의료계의 의견을 검토하는 과정에 있다. 출산율과 산부인과 수가를 연계해 출산율 감소분을 수가에 보전하는 방법도 검토 항목 중 하나"라며 "금년 내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