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시내 고시원에 스프링클러를 확대설치하고 각 방의 최소면적을 7㎡로 정한다. 또 고시원 내 창문 설치를 의무화한다.
서울시는 18일 고시원 거주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이같은 내용이 담긴 '노후고시원 거주자 주거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해 11월 7명의 사망자를 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사고와 같은 참사를 막기 위함이다.
이번 대책의 적용대상인 고시원은 구획된 공간 안에 학습자가 공부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숙박 또는 숙식을 제공하는 다중이용업소다. 전국에는 1만1892개 고시원이, 서울에는 그 중 절반에 가까운 5840개가 있다.
우선 화재 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간이 스프링쿨러가 확대 설치된다.
서울시내 전체 고시원 중 1061개(18.17%)는 간이 스프링쿨러 설치가 의무화되기 전인 2009년 7월 이전부터 운영 중인 곳이라 화재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시는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2012년부터 고시원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지원 사업을 추진했지만 지금까지 34억원을 들여 222개소에 설치하는 데 그쳤다.
이에 시는 올해 고시원 스피링쿨러 설치예산을 전년(6억3000만원)대비 약 2.4배인 15억원으로 책정했다. 연내 노후 고시원 약 70개소에 간이 스프링쿨러가 설치된다. 설치비 지원조건인 ‘입실료 5년간 동결' 조항도 3년 동결로 완화된다.
또 시는 서울형 고시원 주거기준을 새로 마련했다. 이를 통해 고시원 시설의 최저기준을 설정, 거주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가 시내 5개 고시원을 실태 조사한 결과 실면적은 4~9㎡(1~3평)에 그쳤다. 창문 없는 방(먹방)의 비율이 높은 고시원의 경우 74%에 달했다.
새 서울형 고시원 주거기준이 적용되면 앞으로 시내 고시원 방 실면적은 7㎡(화장실 포함 시 10㎡ 전용면적) 이상이어야 한다. 각 방마다 창문(채광창) 설치도 의무화된다.
시는 또 고시원 거주자를 '서울형 주택 바우처' 대상에 포함시켜 월세 일부(1인 월 5만원)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약 1만명이 주거비 지원을 받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고시원 밀집지역 내 건물을 임대하는 방식 등으로 빨래방, 샤워실, 운동실 등 고시원에 부족한 생활편의·휴식시설이 있는 공유공간을 설치한다. 고시원 거주자들이 공간을 함께 쓰며 소통·교류하는 거점시설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시는 노후 고시원 등 유휴건물을 셰어하우스로 리모델링해 1인 가구에게 시세 80% 임대료로 공급하는 리모델링형 사회주택 활성화사업도 추진한다. 노후 고시원의 사회주택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올 한해 72억원이 투입된다.
류훈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그동안 200여개 이상 고시원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했는데 아직도 간이 스프링클러도 없는 노후 고시원들이 많다. 이런 어려운 상황을 인식하고 오늘 발표하게 됐다”며 “늦었지만 시에서 할 수 있는 생명 또는 안전, 최소한의 주거의 질 측면의 대책을 마련해 오늘 발표하게 됐다. 화재로부터 안전하고 공간이 개선된 환경에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