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범죄 처벌에 걸림돌이 되는 ‘반의사불벌죄’, 즉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처벌 여부가 결정짓는 현행법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경찰 11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가정폭력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가장 대응의 어려움을 겪는 것은 ‘피해자가 소극적이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55.8%)이었다.
피해자는 생활공동체이자 경제공동체인 가족에 대해 처벌 의사를 밝히는 것이 부담스럽고, 자칫 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어 진술조차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피해자의 의사에 대한 과도한 존중은 가정폭력범죄 사건 처리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체포뿐 아니라 임시조치 등 피해자 지원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가 사실상 이뤄질 수 없어 가정폭력범죄는 재발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발생한 ‘강서구 가정폭력 살인사건’이다. 경찰이 가해자의 가정폭력범죄가 반복됨을 인지하지 못하고 훈방해 더 큰 피해로 이어졌었다.
이런 이유로 국회 입법조사처도 ‘가정폭력 피해자 안전 보호 제도의 한계와 과제’란 보고서를 통해 “가정폭력에 한해서만이라도 가해자 처벌에 대한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반의사불벌죄의 적용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경우만 봐도 23개 주에서 가해자가 가족인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회유하지 못하도록 가정폭력범죄자에 대한 의무체포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그 밖의 주에서도 합당한 근거가 있을 경우 체포를 허용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제도 변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관련해 여성단체들은 ‘반의사불벌죄’를 배제하고 가정폭력범죄 발생 시 현행범으로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도 이러한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 최근 고 의원은 반의사불벌죄를 배제하고 현행범 체포 명시한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는 등 가정폭력 재발을 위해 현행법의 수정이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고 의원은 “현행법은 경찰이 가정폭력 신고를 접수하면 즉시 현장에 출동하여 응급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응급조치 유형에 가해자의 현행범 체포가 명시되어 있지 않아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며 “정부도 지난해 11월 관계부처 합동 ‘가정폭력 방지 대책’을 통해 응급조치 유형에 현행범 체포를 추가하겠다고 방침을 밝혔다”고 말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