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방탄소년단과 아미는 공동체”…‘아미 유나이티드’ 직접 가보니

[쿡리뷰] “방탄소년단과 아미는 공동체”…‘아미 유나이티드’ 직접 가보니

기사승인 2019-03-24 00:01:00

“다음 중 방탄소년단의 콘서트에 없는 것은? 1번 포도, 2번 자두”

23일 오후 3시 서울 증산로에 있는 문화비축기지. 대형 화면 앞에 앉은 1만 명의 아미(ARMY·방탄소년단 공식 팬클럽)들은 일제히 ‘1번 포도’를 의미하는 흰색 카드를 펼쳐 들었다. 콘서트에 포도가 없다니? 온라인 예매창에서 보라색으로 나타나는 빈 좌석을 ‘포도알’에 빗댄 표현이다. 방탄소년단은 2017년 9월 발표한 ‘마이크 드롭’(MIC DROP)에서 “우리 콘서트 절대 없어 포도(빈 자리)”라고 노래하며 스웨그를 보여줬다. 

방탄소년단 없이도 아미들은 하나가 됐다. 아미가 방탄소년단과의 추억을 기록해 가는 ‘아미피디아’의 두 번째 오프라인 행사인 ‘아미 유나이티드 인 서울’(ARMY UNITED in SEOUL)에서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0일 열린 ‘런 아미 인 액션’(RUN ARMY in ACTION)에 이어 또 한 번 아미들을 위한 축제의 장을 마련했다. 이날 행사는 유튜브로도 생중계돼 시작 당시 6만명, 최대 13만 명의 접속자를 불러 모았다.

행사장 인근에 있는 월드컵경기장은 일찍부터 시끌벅적했다. 아미들은 직접 제작한 기념품을 나누느라 바빴다. 경기도 평택에서 온 16세 한승연 양은 멤버 정국의 얼굴이 담긴 슬로건을 들고 다른 팬들과 어울려 기념 사진을 찍었다. 승연 양은 “(단체 사진 촬영이) 미리 계획돼 있던 이벤트는 아니고 즉석에서 다같이 사진을 찍자는 얘기가 나왔다”며 웃었다. 친구인 최수아 양도 단체 사진 멤버 중 하나다. 두 사람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방탄소년단을 좋아했다. “학교 생활로 지친 마음에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위로를 줘서” 팬이 됐다. 수아 양은 “(방탄소년단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방탄소년단 퀴즈쇼’, ‘응원법 따라하기’, ‘콘서트 영상 상영’, ‘방탄소년단 토크쇼 상영’, ‘카드 섹션’ 등으로 꾸려졌다. 메인 이벤트는 방탄소년단이 자신들의 지난날을 돌아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들과 관련한 퀴즈를 맞추는 토크쇼 상영이었다. 멤버들은 이야기 중간 중간 ‘노 모어 드림’(No More Dream), ‘하루만’, ‘좋아요’의 라이브 무대도 보여줬다. 29세 정다솔씨는 이번 행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코너로 토크쇼를 언급하며 “멤버들의 개성이 잘 드러나서 좋았다. 멤버들이 각자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모습이 재밌었다”고 했다. 

방탄소년단은 다양한 국적과 인종, 세대를 아우른다. 자신들의 철학과 고민을 진정성 있게 노래하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가 이들의 음악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는다면, 기성 세대에겐 방탄소년단의 이야기가 반성과 깨달음의 계기가 된다. 행사장에서 만난 48세 남모씨는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들으면서 딸에게 뭔가를 덜 강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의 지난 날을 돌아보며 요즘의 청년들을 이해하게 됐다는 것이다. 남씨는 “대중이 (방탄소년단의) 겉모습만 보지 말고, 노래 가사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남씨에겐 SNS로 만난 ‘덕친’(함께 팬 활동을 하는 친구)이 있다. 52세 권모씨다. 권씨는 2017년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음반 차트 1위에 오르자 관심을 갖고 이들을 지켜보게 됐다고 한다. 앞서 열린 ‘런 아미 인 액션’에도 다녀왔다. 권씨는 “SNS를 통해 알게 된 분들을 직접 만나 단합을 도모할 수 있었다. 아미들만을 위한 자리”라고 돌아봤다. 권씨와 남씨에겐 또래 ‘덕친’이 많다. 이들은 “곧 만나기로 한 팬은 1967년생”이라며 “방탄소년단은 나이가 있는 사람이 좋아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좋아하고도 남을 만한 팀”이라고 자부했다.

무엇이 이들을 방탄소년단에 열광하게 했을까. 권씨와 남씨는 ‘인성’이라고 입을 모았다. 남씨는 “특히 우리 리더(RM)가 너무 멋지다”며 “나이는 어리지만 내가 존경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RM은 지난해 유엔 총회에서 진행된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 청년 아젠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 캠페인에서 멤버들을 대표해 연설하고, 약자와의 연대를 끊임없이 노래하며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았다. 

방탄소년단은 다음 달 12일 새 음반 ‘맵 오브 더 소울: 페르소나’(MAP OF THE SOUL : PERSONA)로 돌아온다. 한승연 양은 “너무 행복하다”며 활짝 미소 지었다. 정다솔씨도 “어떤 음악과 콘셉트를 보여줄지 기대된다”고 했다. 아직 음반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나오지 않았지만, RM은 이날 공개된 영상에서 이런 힌트를 남겼다. 

“(지금의 방탄소년단은) 방탄소년단과 아미가 함께 만들어가는 하나의 공동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됐습니다. (중략) 여러분께서 아미피디아에 올려주신 많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보면서, ‘아미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걸 좀 더 알게 됐습니다. 이런 느낌들이 이번 음반에서도 이어질 것 같아요. 지금 저희가 느끼는 솔직한 감정들, 그리고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은 말들을 꼭꼭 담았습니다. 기대해주세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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