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메리칸 메이드’는 코카인 70톤 밀수라는 미국 마약 범죄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실존 인물 베리 씰(Barry Seal)의 범죄 행각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당시 미 의회에서 중앙정보국(CIA)와 연방수사국(FBI)의 묵인 하에 이 같은 대규모이며 조직적인 마약밀수가 가능했다는 의혹이 일었지만, 의혹은 그저 의혹으로 끝나고 만다.
영화는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되, 블랙코메디로 버무린다. 영화 속 씰은 고액 연봉을 받지만 삶이 지루한 파일럿일 뿐이다. 영화는 마약 밀수로 막대한 부를 쌓는 그를 ‘악인’이라기보다 도덕적 성찰이 없고 그저 돈이 좋은 개인으로 묘사한다. 정작 냉소의 대상은 그런 씰이 부정한 부를 축적하는 것을 방관 혹은 묵인한 당시 미국의 시스템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마약 사범에 유독 관대한 우리나라의 사법체계에 대한 기시감이 든다.
최근 클럽 버닝썬에서의 마약 유통 논란과 재계 유력인사의 마약류 향정신성의약품 상습 투약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사법당국의 마약사범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의 도움으로 확인한 법무부의 2016~2018년 마약사범 재판 자료는 충격적이다. 이 기간 동안 적발된 마약사범은 1만3276명이었는데, 1만2222명(92%)가 3년 미만의 가벼운 판결을 받았던 것이다.
이러한 ‘판결기조’는 같은 기간 동안 마약류별 사범 처리 현황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총 4만3599건 중 재판 없이 처분이 내려진 구약식·기소유예·기소중지·무혐의 비율은 무려 1만5518건(35.6%)이었다.
이런 가운데 유의미한 것은 마약사범 재범률이다. ▲2016년 37.2% ▲2017년 36.1% ▲2018년 36.6%였다. 향정신성의약품은 3만1930명중 1만3038명(40.8%)이 다시 약에 손을 댔고, 대마는 4695명 중 1661명(35.4%)이, 마약의 경우에는 4325명 중 348명(8.0%)이 다시 마약의 구렁텅이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김광수 의원은 사법당국의 ‘솜방망이’ 처벌이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김 의원은 “마약사범에 대한 가벼운 처벌로 인해 대한민국 법을 가볍게 보는 마약사범들이 늘어나고, 이들이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의 고리가 결국 ‘버닝썬 사건’이라는 거대 범죄를 만들게 됐다”고 꼬집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