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 삼남면 작천정 앞 벚꽃길에 올해에도 어김없이 꽃터널이 만들어졌다. 이곳 벚꽃길은 일제시대 독립투사들이 지난 1919년 왜경 감시를 피하기 위해 심은 벚꽃 200여 그루가 100주년을 맞는다는 점에서, 올해 특히 이곳을 찾는 나들이객들이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제3회 작천정 벚꽃축제' 공식행사는 29일부터 31일까지다. 이후 4월13일까지 각설이품바 공연을 곁들인 먹거리장터가 운영되면서 상춘객들을 맞이한다. 관할 지자체는 벚꽃길 명품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부지 매입비를 포함해 200억원의 예산을 투입, 지난해 여름 1만7000여㎡에 다목적 광장을 완공했다. 다목적 광장에는 3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과 함께 야간 조명이 갖춰진 인조잔디 축구장도 마련돼 있다.
이처럼 외형상 국내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벚꽃축제 행사장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시한폭탄 같은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다. 이같은 문제는 짧은 연륜의 행사에서 보여지는 운영 미숙의 문제라기보다 관할 지자체의 행정편의주의에서 비롯된 구조적 파생물이라는 점에서 지역 축제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를 낳고 있다.
이번 축제의 주최는 '작천정 벚꽃축제 추진위원회'다. 울주군청이 지난해 축제에 앞서 지역 유지 중심으로 인선해 위촉한 29명으로 구성돼 있다. 삼남면발전협의회 회장이 위원장을 맡은 위원회에는 지역청년회, 부녀회 회장을 비롯해 농협조합장, 파출소장, 우체국장 등 공직자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울주군은 이들에게 행사 주최 권한을 넘기면서 1억1000만원의 보조금도 안겼다. 먹거리장터 음식점 부스 대여료는 별도로, 몽골텐트 한동에 필요경비 명목으로 30만원 가량씩 받게 된다. 몽골텐트가 190개 가량으로, 이 비용만 5700만원 정도 된다.
이처럼 축제 추진위가 주최를 맡았지만, 실제 행사 주도는 군청 산림공원과의 지휘 아래 하청을 맡은 기획사와 보안업체에 의해 진행되는 시스템이다. 여기에 비리의 여지가 숨어있다. 전문성 없이 이름만 내준 추진위원들이 적극 나설 수도, 팔짱만 끼고 있을 수도 없는 여건에서 행사 운영과 먹거리장터 판매 부스 임대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흘러나오고 있다.
행사 콘텐츠보다 더욱 걱정스러운 대목은 먹거리장터의 행사장 위치 선정 문제다. 울주군은 예년과 달리 올해부터 사유지인 수남지구 대형 공터의 노점상을 일체 허용치 않기로 했다. 대신에 먹거리장터를 다목적광장에 있는 인조잔디 축구장으로 엄격히 제한했다.
주차장 비탈길 아래 철망 울타리로 경계 지어진 축구장에 190개 몽골텐트가 그야말로 다닥다닥 붙어 있어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 경우 동선을 어떻게 수습할 지 벌써부터 우려스런 상황이다. 인조잔디는 텐트를 세우고 임시 판매시설을 들이는 과정에서 이미 크게 훼손됐다. 행사 보조금보다 행사 이후 복구비가 더 들 것으로 보여,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꼴이다.
인조잔디축구장이 먹거리장터로…"닭장 느낌"
190개 텐트 음식점 다닥다닥 '안전사고' 우려
먹거리장터에 입점한 상인들의 한결같은 걱정은 안전문제다. 이리저리 어지럽게 설치된 전기시설에다 가스통 등 인화성 물질이 곳곳에 노출돼 있다. 어떤 상인은 "닭장안에 갇혀 있는 느낌"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이처럼 위험한 안전사고 여지를 안고 있지만, 만일의 사고 발생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 영속성 없는 임의기구에 불과한 추진위원회의 위원들이 민사상 책임을 떠맡겠다고 나설 여지는 없다는 점에서 울주군의 요행을 바라는 '탁상 행정'에 대한 우려도 높다.
이와 함께 축제 행사장 주변의 제한된 주차장으로 인해 매년 이맘때마다 '주차대란'이 되풀이되고 있는데도, 주최측이나 울주군은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한숨만 내쉬고 있다. 벚꽃길 주변 주차 한계는 다목적 광장 300대와 수남지구 대형 공터 2000대 등 모두 2300대가 최대 수용량이다.
하지만 예년의 경우 평일에도 수용량 이상 차량이 몰리는 바람에 언양읍에서 행사장 길목인 작천정 교차로까지 2㎞ 채 안되는 국도 35호선은 극심한 정체 현상을 빚었다. 더욱이 올해에는 대형 공터 사유지 50필지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지주들이 주차장으로 내놓을 없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져, 울주군과 주최측은 애만 태우고 있다.
울주군 산림공원과 노옥희 계장은 "(지난 2017년부터) 벚꽃축제를 공공축제로 발전시키기 위해 보조금을 편성한 뒤 지역을 대표하는 인사들로 구성된 추진위원회를 지난해에 이어 위촉해 주최를 맡긴 것"이라며 주최자에 대한 특혜 논란을 반박했다. 이어 "먹거리장터는 현재 상황에서 축구장 밖에 할 공간이 없는 상황에서 인조잔디가 훼손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주차난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순환버스 운행 등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울산=박동욱 기자 pdw717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