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마약류 상습 투약 의혹이 불거졌다. 경찰은 해당 병원의 마약류 관리대장을 확보했지만, 투약 기록 누락 등 조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과 관할 보건소의 진료기록부를 비롯한 환자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 일련의 과정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수사 편의에 입각에 의료기관의 진료권 등 특수성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다시 의료기관 내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이 제기되며, 마약류 및 향정신성의약품 관리체계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마약류 및 향정신성의약품 오남용이 사회 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관리 시스템의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에 지난해 5월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병·의원 마약류 관리를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보고하도록 규정을 개선하기에 이른다. 이전에는 마약류 관리대장에 마약류취급자가 조제와 투약내역 등의 기록을 작성, 2년간 보관해야 했다. 식약처는 이에 대한 관리를 관할 보건소가 담당토록 권고했었다.
이번에 문제 된 병원의 경우 감독기관인 강남보건소가 2012년 이후로 마약류 관리대장의 점검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관리 감독 미비에 따른 책임소재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소가 관할 구역 의료기관내 마약류 관리를 등한시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이들도 할 말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성형외과 병·의원은 1400개소를 상회하고 이중 강남에만 470여 개소 이상이 밀집해 있다. 비단 마약류 취급이 성형외과 병·의원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강남보건소가 담당해야 하는 병·의원은 광범위하며, 그에 대한 인력과 예산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즉, 여력이 안 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식약처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의 운용이 시작된 지난해 5월18일 이전까지 성형외과가 밀집해 있는 강남을 비롯해 전국의 병·의원내 마약류 관리가 과연 철저하게 이뤄졌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프로포폴 등 마약류 남용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 이전이나 이후에도 전수조사는 사실상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식약처가 절치부심 야심차게 내놓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은 어떨까. 지난해 9월부터 식약처는 매달 1회 행정안전부와 상호 검증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구멍’은 아직 존재하는 것 같아 보인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비급여 처방의 경우, 병·의원이 환자 정보와 마약류 의약품의 실제 사용량을 허위로 기재한다면 그 진료기록 위조를 적발하기 어렵다고 우려해왔다. 또 마약류 중복 및 과다 처방이나 병용금기 처방을 사전에 예방할 방법도 전무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는 환자 1명이 식욕억제제인 펜터민·펜디멘트라진을 석 달 동안 1353정 처방받았고,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어린이나 심지어 사망한 환자 명의로 다량의 마약류가 투약된 기록이 공개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는 식약처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 마약류의 입고량과 출고량의 수만 확인할 수 있다는 한계 때문이다. 앞선 사례처럼 허위 처방, 오남용, 중복, 병용금기 투약을 사전에 인지하거나 예방할 방법이 없어 마약류취급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투약 사실을 허위로 기재할 수 있다. 강남의 한 개원의사는 기자에게 “마약류 관리대장이 전산으로 바뀌었을 뿐”이라며 “사실상 통제 불능 상태”라고 귀띔했다.
이렇듯 의료기관에서 암암리에 자행되는 마약류 오남용을 근절하기 위해 보건의료 시민단체는 마약류 의약품 처방 조제 단계에서 실시간으로 약물의 중복이나 오남용 병용금기를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표적인 방안은 이렇다. ▲마약류 의약품 처방 발행 시 환자 주민등록번호 의무 기재 ▲병·의원 정보 의무 기재 ▲마약류 처방 조제 약국이 처방전상의 기재사항을 확인 후 조제토록 의무화 ▲처벌 강화 등이 법으로 명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해 현재 마약류 처방전에 주민등록번호 기재를 의무화 하는 내용의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는 상태다.
김양균 기자, 노상우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