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국제녹지병원의 개원 허가 취소 등을 위한 청문 절차를 둘러싼 갈등이 뜨겁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26일부터 행정청문에 돌입했지만, 논란은 제2라운드에 돌입한 모양새다. 관심이 쏠린 부분은 녹지 측의 의견서였다. 기자가 입수한 29쪽 분량의 의견서는 녹지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 3인의 명의로 제출됐다.
녹지그룹 측은 당초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의료기관 개설 계획을 전혀 세워두고 있지 않았지만, 제주헬스케어타운 개발사업 시행자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녹지그룹에 의료기관을 개설하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전까지 의료시설 운영 경험이 없었음에도 투자자금에 대한 비용 때문에 의료기관을 개설하기로 JDC와 합의했으며, 병원운영 관련 여러 전문업체들과 여러 업무협약을 맺으며 도움을 받으려했다고 밝혔다.
병원 사업계획부터 승인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내국인도 진료 가능한 외국의료기관을 전제로 개설 허가 절차가 진행됐다는 것도 녹지 측의 주장이다. 이들은 내국인 진료제한부 개설 허가가 완화되고 개원가지 충분한 시간이 주어질 시 개원을 절차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의견서에 명시했다.
쟁점은 ▲녹지 스스로 병원 운영경험이 없다고 밝힌 점 ▲병원 운영 관련 전문업체들과의 MOU 체결 ▲사업 승인 전 과정에 내국인 진료 허가가 전제돼 있다는 것 등이다. ‘관련 전문업체들’ 부분은 영리병원 논란 초기부터 국내자본의 우회투자 의혹이 제기된 만큼, 조사 여부에 따라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내국인 진료 부분과 관련, 내국인도 진료 가능한 외국의료기관 허가 절차를 추진해왔다고 녹지 측이 밝힌 만큼 행정소송에서 도의 승소를 장담키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한편, 비공개 청문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영리병원 철회와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영리병원 철회와 원희룡 퇴진 촉구 제주도민운동본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등 보건의료 분야 시민사회단체들은 공개 청문을 요구해왔다. “비공개로 진행시 ‘졸속 청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런 가운데 도는 청문 시작을 하루 앞둔 25일 청문주재자인 오모씨에게 공개 청문 진행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전달했다. 오씨는 청문주재자는 도가 선임한 인물이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들은 “제주도가 자신은 공개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면서 청문 하루 전날 청문주재자에게 청문 공개를 요청한 것”이라며 “비공개 청문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위한 면피용이자 책임 떠넘기기”라고 맹비난했다.
현재까지 복수의 취재원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청문 과정에서 사업계획서 관련 내용 등은 청문 내용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들은 “녹지병원 청문이 부실하게 다뤄졌다”며 “개설 허가 취소 청문임에도 핵심 내용은 하나도 질의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녹지그룹 측이 당초 제주도 조례 16조에 명시된 외국의료기관 개설요건에 해당하는 ‘병원 유사사업 경험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은 이미 공개된 사업계획서를 통해 확인된 사실. 당시 녹지 측은 중국BCC와 일본IDEA와의 병원 의료진 채용과 운영권에 대한 업무협약서였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미비된 서류와 위법적인 내용이 담긴 사업계획서를 허가한 복지부와 제주도정은 행정당국의 부실허가 자체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위해 이에 대한 청문 내용은 단 하나도 포함하지 않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