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경영악화 책임을 지고 경영에서 물러났다.
한진중공업은 29일 부산 갈월동 사옥에서 제12기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신임 대표이사로 이병모 사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한진중공업 최대주주사인 한진중공업홀딩스를 통해 한진중공업을 경영했던 조남호 회장은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돼 퇴진했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 설립자인 고(故) 조중훈 회장의 차남이며 조남호 한진그룹 회장의 친동생이다. 1989년 국영기업인 대한조선공사를 인수해 한진중공업으로 사명을 바꾼 이후 30년간 한진중공업 사주로 있던 조 회장은 그룹 경영권을 내려놓게 됐다.
조 회장의 퇴진은 그가 심혈을 기울여온 자회사인 필리핀 현지법인 필리핀 수빅조선소(HHIC-Phil)의 부실 여파가 컸다. 수빅조선소는 지난 1월 자본잠식이 발생했으며, 현재 현지 법원을 통해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상태다. 그 결과 최근 모회사인 한진중공업에 수빅 조선소의 손실이 반영되면서 2018년 연결 재무제표 결과 한진중공업도 자본잠식에 빠졌다.
한진중공업은 2004년 상선 부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빅 조선소를 건립했다. 이후 부산 영도조선소는 특수선을, 수빅조선소는 상선을 건조했지만 수빅은 조선업 불황이 10년째 지속되면서 수주량 감소와 뱃값이 지나치게 낮아지자 이를 견디지 못했다. 지난 3년 동안은 적자가 누적되면서 본사의 재무건전성까지 악화시켜 왔다.
현재 수빅조선소의 수주잔량은 10척이다. 적자로 인해 협력업체인 지역 조선기자재업계에 지급해야 할 물품대금 수백억원의 지급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전해진다.
조 회장의 퇴진과 함께 이날 주총에서 한진중공업은 2019년도 경영목표를 ‘경영정상화 및 새로운 출발’을 내세웠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기초역량 강화 ▲수익성 중심 경영 ▲미래 성장기반 확보 등을 제시했다.
이번에 대표이사에 선임된 이 사장은 1982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한 이래 40년간 조선업종에 근무해 온 대한민국 ‘조선통’으로 업계에 알려졌다.
이 사장은 “오랜 세월 대형 및 중형조선소 현장에 몸담으며 쌓아온 노하우를 살리겠다”며 “회사의 정상화를 목표로 내실과 재도약 발판을 다져나가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