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도수치료를 받고 있는 나환자씨는 병원을 바꿀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 4월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2019 비급여 진료비용’에 따르면, 도수치료 비용은 병원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간 병원에 지출한 진료비를 생각하면 화가 나지만, 시간과 거리, 주치의와의 관계, 진료 연속성 등을 따져보면 병원을 옮기는 건 그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위의 예시는 당장 다음달 1일부터 발생 가능한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예상 가능한 결론은 비급여 진료를 받던 환자가 병원에 진료비 문제제기하기란 여간해선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29일 오전 심평원 서울사무소에서는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를 앞두고 기자 설명회가 진행됐다. 진료비 공개 취지에 대해 보건당국은 “국민의 알 권리와 의료선택권 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2013년부터 시작된 정보공개는 올해 전체 병원급 3825기관 대상 340항목에 대한 비급여 진료비로 확대됐다.
그러나 가격 차이가 큰 도수치료와 신장분사치료, 제증명수수료 등에 대해 의료소비자들은 울화통을 터뜨릴 성 싶어 보인다. 병원별 금액 차이를 확인하게는 뒀지만, 당장 진료비를 치러야 하는 환자 입장에서는 ‘그래서 어쩌라는 것이냐’는 반문에 정부가 답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설명을 맡은 송재동 심평원 개발상임이사(사진)는 “공개항목을 늘려가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정보 제공을 위해서”라는 정부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가격 통제에 대한 기준이 없고, 법적 권한의 한계 등은 국민이 제대로 된 혜택을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다. “정보공개를 들고 환자가 병원에 항의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던 송 이사는 가격 하향 조정 검토를 왜 안하느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정보공개는 진료비를 공개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는 것”이라고만 에둘러 말했다. 말인즉슨, 병원에 간접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만큼 ‘알아서’ 가격 조정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병원별 진료비 차이가 큰 도수치료와 신장분사치료에 대해 송 이사는 “치료시간에 따라 급여비 차이가 상당히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진료 시간별 가격 차이’를 밝힌 것은 해당 의료기관들의 자료를 곧이곧대로 전한 것으로 심평원이 검증이나 확인, 분석 등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이러한 지적에 대해 심평원 측은 짧은 조사 기간과 인력 부족, 예산 등의 한계를 들어 어렵다는 입장을 되풀이 했다.
고령화와 맞물려 의료비 지출 증가는 사회적 비용의 증대로 이어진다. 심평원은 추후 심층 분석 등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그게 언제쯤 가능할지는 알 수 없다. 현재의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는 숫자 나열 수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음은 일문일답.
-(도수치료, 신장분사치료 관련) 진료시간에 따라 가격차이가 있다면, 구체적인 시간 명기를 해야 하지 않나.
도수치료 등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많이 하고 있다. 가격차이가 커서 유선 확인을 통해 분석을 한 것이다. 시간을 항목에 전부 반영하는 인력 등 여러 애로가 있다.
-이번에 제외된 33개 비급여 진료항목은 무엇인가.
343항목 중 33개 항목은 삭제를 했다. 이는 ‘문재인케어’에 따른 것이며, 향후 인플루엔자 등 감염병 검사에 대한 급여화가 진행 예정이라 공개 항목에 반영할 것이다.
-제증명 수수료는 비급여 항목임에도 환자가 선택할 수 없다. 가격 하향 조정 검토 고려하고 있나.
(심평원이) 제증명 수수료 등 가격 통제를 할 수는 없다. 다만, 상향 금액을 초과로 징수할 수 없도록 해놔 해당 의료기관에 문의나 항의를 한다면 병원간 경쟁을 통해 낮아지지 않을까.
-제증명 수수료에 대한 의료기관의 처분 규정이 없지 않나. 의료소비자가 병원에 항의하는 게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다.
정보공개를 통해 국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각 의료기관에 간접적인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다. 관련 처분 등 법개정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흉부초음파와 임플란트의 비급여 진료비가 올랐는데.
가격 통제 기준이 없어 정확한 원인 파악은 어렵다. 심평원은 올해 1월1일 기준의 진료비를 확인한 것이고 한 달 만에 분석한 자료라 다소 미흡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차후 가격 변동 요인 등에 대한 분석을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단순 가격 비교에서 분석 등에 대한 계획은 있나.
중간값부터 최댓값까지 좀 더 상세한 정보를 전달했다. 다만, 진료 시간에 대한 가격차이 요인 등에 대한 분석 필요성이 있는 만큼, 앞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과 연계해 정보공개 자료의 질적 향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자료제출을 안한 의료기관이 있는데.
11개 기관이 미접수 됐고, 1개 기관이 겹친다. 200만원의 행정처분이 이뤄질 것이다. 지난에도 11곳이 미제출했다.
-행정처분 200만원은 너무 가벼운 것 아닌가. 기관 리스트 공개할 예정인가.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200만원이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을 것이다. 법이 정한 행정처분에 대해 내가 페널티 경감 수준을 따지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비급여 자료 공개의 목적은 더 많은 의료기관이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비제출 기관 리스트는 공개할 것이며, 확인 결과 대부분 폐업상태로 정상적인 진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병·의원급의 비급여 진료항목 가격비교를 함께 비교·공개하는 것이 의료소비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인력과 분석에 소요되는 시간 등 여건상 어려운 게 사실이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