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치킨 없어요?”, “네 다 팔렸어요”
통큰치킨이 재등장한지 만 하루가 지난 29일 롯데마트 서울역점. 그 인기를 실감하기 위해 점심께부터 이곳을 찾았지만 벌써 다 팔리고 없었다. 매장 앞에선 내부의 조리 직원까지 나서며 ‘통큰치킨’을 찾는 손님들을 물리치기 바빴다. 기자가 둘러보는 와중에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왔다. 마치 녹음기를 틀어놓은 듯, “통큰치킨 없나요?”라는 물음이 이어졌다.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는 손님들에게 직원들은 재차 “내달 3일까지 행사를 진행한다”며 돌려보냈다. 매장 직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부터 팔기 시작한 통큰치킨은 선착순으로 번호표를 나눠줬고 한 시간도 채 못가 준비한 물량이 모두 다 팔렸다고 한다. 지금 이 시간대는 오전에 예약한 손님들이 ‘통큰치킨’을 찾아가는 시간이라고 했다.
인근의 행당역점, 양평점, 구로점에도 연락해 보니 “다 팔렸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서초점은 20분가량을 기다리면 구입할 수 있다는 말에 곧바로 발걸음을 돌렸지만, 너무 늦었던 탓일까. 이미 물량이 다 소진됐고 2시나 돼서야 살 수 있다는 말이 들려왔다. 매장도 이를 준비하는 듯 매우 바빠 보였다. 그야말로 ‘통큰치킨’의 위세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롯데마트 측은 지난 28일 약 900그램의 국내산 냉장 닭을 사용해 정상가 7900원, 자사 멤버십 회원은 5000원에 통큰치킨을 살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대신 1인당 1통만 살 수 있도록 했다. 보통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평균 800그램의 치킨을 만원 이상의 가격대에 판매하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인기 요소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통큰치킨은 9년 전 첫 선을 보인바 있다. 하지만 당시 대기업이 대표적인 소상공인의 영역까지 넘본다는 비판이 일었고 일주일 만에 롯데마트 측은 '통큰치킨'을 포기했다. 9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다시 통큰치킨을 꺼내든 이유는 간단하다. 마트도 매출이 떨어지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탓이다. 마트로 손님들을 유인할 ‘카드’가 절실했던 것이다.
당시 큰 반발을 했던 치킨 점주 단체들도 이번 행사가 한시적인 만큼, 우선은 지켜보겠다는 모양새다. 비싸진 치킨 값에 대한 국민들의 심리적 저항감이 만만치 않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섣불리 반발했다간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된다.
그럼에도 마트 주변에 있는 위치한 점포들은 ‘통큰치킨’이 내심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통큰치킨이 이른바 ‘닭세권’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서울역점 인근에서 한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송모씨는 “저렴한 가격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이해는 한다”라면서도 “다만 대형마트가 골목까지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혀를 찼다.
서초점 인근에서 호프집 겸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통큰치킨을) 상시적으로 내놓는다면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프렌차이즈 사장님들 입장에선 분명 타격이 있을 것”이라면서 “과거 프랜차이즈 치킨집도 해본 경험도 있어 사실 남일 같지가 않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또 “프랜차이즈 치킨집들의 본사와 점포 간의 구조를 개선해 줘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서초구 일대에서 20년간 치킨집을 해왔다는 김모씨는 곧 장사를 접는다고 했다. 그는 “(통큰치킨) 팔겠다는데 어떻게 막겠나, 고객을 탓할 생각은 전혀 없다”라면서 “다만 과거에 비해 임대료와 배달 인건비 등 장사 환경이 어려워진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통큰치킨 때문이 아니라, 고령의 나이에 직접 배달도 어려워 이전부터 매장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마트 측은 이 같은 점들을 의식한 듯 ‘통큰치킨’ 할인 행사를 내달 3일까지만 한시 운영한다고 밝혔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통큰치킨’ 행사의 상시 운영 계획은 없다”라면서 “이번 행사는 ‘극한도전’ 할인 행사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통큰치킨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인 만큼, '상시 운영'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