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새벽 2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과 관련, 피의자 안인득(42)이 평소 사람들에 대한 적대감이 커 범행했을 것이라는 경찰 분석이 나왔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진주경찰서는 21일 안인득의 이번 사건 범행 동기로 추정되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평소 안인득이 약자를 보호한 경험이 있었지만, 사회 불평등을 수용한 채 자신의 편에 서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증폭돼 적대감이 커지던 중 범행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안인득의 범행 동기를 밝히려고 검거 직후부터 프로파일러 2명을 동원해 정신 상태 등을 면밀히 분석해왔다.
경찰은 또 “안인득이 10년 전 김해시 한 공장에서 허리를 다쳐 산재처리를 신청했지만, 불가 판정 후 사회적인 불만이 가중됐고, 피해망상이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약자를 보호한 경험에 대한 근거로는 안인득이 ▲과거 학창시설 괴롭힘 당하는 친구들을 위해 싸우기도 한 점 ▲약한 친구와 어울려 지냈던 점 ▲실직 이후 폐지 줍는 노인들에게 간식도 나눠 준 점 등을 들었다.
조사 결과 안인득은 2011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진주시내 한 정신병원에서 68차례 ‘상세불명 조현병’으로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그 이후 안인득은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안인득의 휴대전화와 PC를 디지털 포렌식으로 분석해 이 사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숨진 희생자 가운데 1명의 유족이 이날 발인식을 진행했다.
다른 희생자 4명의 유족들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에 대한 치료완치까지 치료비 지원’을 요구하며 발인식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이희석 진주경찰서장은 “이번 사고에 대해 유가족, 피해자들에게 조의를 표한다”며 “예방을 못한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며 조치에 대해서는 철저한 진상조사 후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이 사건 발생 전 수차례 안인득이 경찰에 신고됐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점에 대해 ‘엄중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과 ‘법과 제도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갑론을박 중이다.
앞서 지난 17일 새벽 안인득은 진주시내 한 아파트 4층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 2자루를 들고 마구 휘둘렀다.
안씨가 휘두른 흉기에 12살과 18살 여학생 등 아파트 주민 5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흉기에 찔리거나 연기를 마신 15명이 다쳤다.
진주=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