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정치 복귀 가능성을 다시 한 번 부인했다.
23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신수동의 재단 사무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유 이사장은 정치 복귀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이미 여러 차례 입장을 전했다.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지난 10년 간 노 전 대통령이 그리웠던 순간은 언제였는가”라는 질문에는 “매 순간이 아쉬웠다. 노무현은 꽤 괜찮은 토론자였다. 상대방에게 다양한 지적 자극을 주는 분이었다. 오래오래 사시면서 (사람들과) 정서적·지적 교류 하셨더라면 그것도 괜찮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답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 이사장은 서거 10주기를 기념해 재단 측이 준비하는 추모행사 계획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특별한 10주기를 어떻게 기념할 지 고민이 많았다”며 “고 노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시민의 마음을 좀 더 확산시키고자 이전보다 더 발랄한 분위기의 추모 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어 “윤태호 작가의 재능기부로 디자인 된 상품도 준비했다”며 “이번 행사는 추모의 개념을 넘어 새로운 다짐을 해나가는 시민 민주주의 축제의 장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노무현재단은 10주기를 기념해 교육연구시설인 노무현시민센터 건립도 추진 중이다. 건립 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오는 2020년 3월31일까지 특별 모금을 진행한다. 후원 하한액은 5만원이며 모금 목표액은 100억원이다.
노무현시민센터는 지하 3층, 지상 3층 규모로 서울 종로구 원서동에 세워질 예정이다. 내부에는 공연장, 강의실, 전시실, 북카페, 코워킹스페이스(공동 사무공간), 미디어센터, 노무현재산 사무공간 등이 들어선다. 오는 6월 착공을 시작해 2021년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단 측은 내달 23일 오후 2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 등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행사를 진행한다. 이날 행사에는 재단 회원, 임원, 정부 및 정당 관계자, 시민 등 총 5000여명이 자리한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낙연 국무총리도 참석해 공식 추도사를 낭독할 예정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이다.
▲서거 10주기를 맞이했지만 우익 커뮤니티 등에서는 고 노 전 대통령이 조롱으로 소비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실 정치에서 전 대통령이 소환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정치인의 철학이 완벽하기 어렵고 또 현실의 어려움을 타개하는 과정에서 현실 정치에 소환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현실로 고인을 소환할 때 일반적으로 지켜야 할 예의와 사회적 규범이 있다. 필요에 의한 소환이 아닌 감정 배출의 수단으로 존엄이 훼손되는 것에 대해 재단은 최소한의 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는 계속 견제해나갈 계획이다.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때로 돌아가기 싫다. 당시 상황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검찰 조사받고 오셔서, (검찰이) 기소도 안 하고 아무 결정도 안 하고, 계속 이상한 정보를 흘려 (고 노 전 대통령에게) 인격적 모욕을 줬다. 10년 전, 4월19일 독대가 마지막이었다. 즐겁게 해드리려고 만난 자리에서 3시간 동안 많이 웃게 해드렸다. 만약 10년 전으로 간다면, 지금이 그 때라면 또 그렇게 할 것 같다. 다만 몇 시간이라도, 행복했던 순간, 즐거웠던 순간 이야기 나누면서 잠시라도 웃을 수 있게 하고 싶다.
▲정치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인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치라는 말을쓰는데 내가 이해하는 정치는 국가권력의 기능과 작동방식에 영향을 미치려는 개별적·집단적 활동이다. 내가 알릴레오 방송을 하는 것도 정치고, 투표도 정치다. 내가 어떤 정당을 후원하는 것도 정치다. 이런 의미의 정치는 모든 시민의 권리이고 의무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저는 정치를 하고 있고 그건 모든 시민도 마찬가지다. 이게 제일 넓은 의미에서 정치이고, 죽을 때까지 할 것이다. 좁은 의미에서 정치, 직업으로서의 정치, 이것은 다른 문제다. 국가권력의 기능과 작동방식에 영향을 미치려는 활동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다. 내가 정치를 떠났다는 것은 직업으로서의 정치, 이걸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 주권자이기 때문에 정치를 떠날 수는 없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한국당) 대표와 함께 인터넷 방송 일정을 잡은 이유는 무엇인가.
특별한 취지는 아니고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이다. 나는 대화의 힘을 믿는다.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평소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에 이를 수 있다면 생산적인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일정이 정해진 것은 없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