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북구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영화계는 물론 야당 정치권까지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내놓는 등 향후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부산시 지원 예산이 전년 대비 10% 이상 줄어든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사)BIFF 조직위원회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오 시장은 지난 17일 북구 덕천동 폴리텍대학에서 열린 '북구 비전 선포식'에서 부산국제영화제의 북구 개최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원아시아페스티벌 등 부산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축제가 너무 오랫동안 한쪽에서만 열렸다. 서부산에서도 개최해달라는 요구가 많아 영화제 일부를 북구에서 개최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의 이날 발언은 같은 당적(더불어민주당)인 정명희 북구청장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BIFF는 오 시장의 발언이 나온 지 닷새 만인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섣불리 앞서서 공언하는 것에 대해서는 심히 걱정스러운 바가 있다"며 우려감을 표시했다.
BIFF는 "현재 상황에서는 어느 것도 확정되지 않은 사항들이며, 보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면밀히 계획을 세워야 하는 중차대한 일이다"며 "부산국제영화제는 성급한 결정보다는 올 한해 다양한 차원의 논의와 고민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해운대에 위치한 '영화의전당'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안정적인 개최를 위해 지어진 영화제의 메인 행사장"이라며 "그 외의 행사장에서 할 경우에는 국제영화제로서 의의와 본질을 훼손시키지 않는 수준에서 기술, 환경적 상황이 모두 적합해야만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만 부산국제영화제는 문화예술의 경험에서 소외된 지역을 배려하는 부산시의 균형적인 문화예술 정책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동참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며 "오 시장이 부산국제영화제 측에 소외 지역에 대한 배려를 당부했고, 영화제의 이사장과 집행위원장도 긍정적으로 서울의 영화인들과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자유한국당 부산시당도 '오거돈 시장, 제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손떼라'는 제목으로 비난 성명을 내놨다. 부산시당은 "오 시장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물론 시의 실무부서까지 당혹스러워했다는 소식"이라며 "그야말로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성토했다.
부산시당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중구 남포동 일대를 중심으로 시작돼 영화의 전당이 해운대에 건립되면서 해운대에서 개최되기 시작했다"며 "오 시장의 발언은 신중한 검토도 없이 즉흥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부산 시정의 책임자로서는 해서는 안 될 주먹구구식 행정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전임 시장이 부산국제영화제에 부당하게 간섭하려 했다고 앞장서 비판했고, 자신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고 시민들께 약속했었다"고 상기시킨 뒤 "인기를 위해서라면 부산 16개 구·군에서 부산국제영화제를 분산 개최하자고 나설 것인가"라고 비꼬았다.
한편, 지난 2월 27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정기총회에서 BIFF의 올해 예산은 114억5000만 원(일반회계 113억 5천, 특별회계 1억)으로 확정됐다. 지난해 128억 대비 14억 감소한 규모다. 부산시 지원 예산이 기존 60억 이상에서 40억으로 20억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예년의 경우 120억원 이상 예산을 유지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예산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정권 당시 정치적 탄압으로 인한 국비 삭감 등으로 인해 108억 정도의 예산으로 치러졌을 때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예산 축소와 관련, 부산시는 국내 영화제를 지원하는 국비 증가(40억->50억)와 아시아영화시장(아시아필름마켓) 국비 예산 10억원 신설된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하는 반면 영화제 측은 이들 국비 증가가 BIFF로 얼마나 충당될지 못 미더워하는 분위기다.
부산=박동욱 기자 pdw717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