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정보원, 어떻게 ‘은행의 갑’ 됐나

신용정보원, 어떻게 ‘은행의 갑’ 됐나

기사승인 2019-04-25 04:00:00

“은행 내에서 기술금융 담담부서의 압박이 상당하다. 담당자에 대한 책임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평가자인 신용정보원의 눈치를 안 볼 수 있겠나”

은행 한 직원은 25일 신용정보원의 갑질 논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신용정보원 직원들이 은행은 물론 신용정보회사의 직원들과 술을 먹고, 평일에는 스크린골프, 주말에는 골프장을 다닌다는 논란이 나오면서 신용정보원이 금융권의 새로운 ‘갑’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같은 ‘갑질 논란’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 금융회사를 상대로 평가자의 위치에 있는 신정원의 역할에 있다고 보고있다.

신정원은 당초 신용정보의 관리와 활용을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그러나 금융위는 신정원이 신용정보에 전문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일부 업무를 위탁하고 있다.

대표적인 업무가 ‘TECH평가’라고 불리는 기술금융 실적 평가의 한 부분이다. 신정원은 TECH평가의 정성평가(20/100점) 부분을 맡아 은행의 기술금융 역량(인력‧조직), 리스크 관리 체계, 시스템 구축 정도 등을 평가한다.

문제는 신정원의 평가가 은행권에서 일명 ‘보고서 꾸미기’ 경쟁으로 불리며, 어느 은행이 보고서를 잘 꾸몄나에 따라 평가 결과가 달라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별도의 현장검사나 직접 확인 없이 은행에서 제출하는 1편의 보고서만으로 평가가 진행되고, 평가지표가 존재하지만 세부적인 항목에 대해서는 배점 기준이나 결과가 공개되지 않는 ‘깜깜이’ 평가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평가 지표가 있지만 그 지표를 얼마만큼 달성해 점수가 어떻게 매겨지는지 기준이 불명확하다”며 “구체적인 배점은 공개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평가가 끝나고 피드백이 없다보니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개선해야 되는 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결국 신정원의 깜깜이 정성평가가 은행이 신정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TECH평가 결과에 따라 차등부과되는 신·기보 출연금은 눈치를넘어 접대 논란이 나오게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신정원에 업무를 위탁한 금융위는 정성평가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세부 배점이 공개되지는 않지만 지표에 따라 평가가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평가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은행을 중심으로 불만이 나올 수는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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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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