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최대 규모의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 유명 유튜버가 억대 수익을 올리고, 초등학생들이 장래희망으로 ‘유튜버’를 꼽는 것을 보면 유튜브의 영향력이 대단하긴 한 것 같습니다.
특히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유튜브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유튜버 활동을 하는 이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조회수나 팔로워의 수가 유튜브 광고 수익과 직결되다보니 눈길을 사로잡을 자극적인 영상 콘텐츠도 범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담배’와 관련된 콘텐츠도 많습니다. 유튜브에 ‘담배 방송’이란 검색어를 집어넣으면 관련 영상이 주르륵 뜹니다.
정부는 여러 대국민 홍보 캠페인 등을 통해 청소년들이 담배와 흡연에 물들지 않도록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글코리아는 유튜브에서 이른바 ‘담배 방송’이 넘쳐나는 상황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보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유튜브에서 담배 관련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구독자 1000명 이상의 11개 채널의 1612개 영상을 조사·분석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 1172개(72.7%) 영상에서 담배 및 흡연 장면이 등장했고, 이 중 1008개(86%)에서는 유튜버가 직접 흡연하는 모습이 노출됐습니다.
10대 이용률이 높은 유튜브에서 담배 및 흡연을 소개하고 심지어 권하기까지 하는 것. 이에 대해 해당 영상을 만든 이들을 탓하기 앞서 유튜브라는 플랫폼 사업자가 얼마나 제대로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복지부도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습니다. 관계자는 “제재 등의 관리가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공중파 방송 등은 영상물등급위원회 등 공적 기관에서 등급을 분류하는 등의 방법을 적용하고 있지만, 유튜브는 개인방송이라 제재가 어렵다는 겁니다.
물론 표현의 자유를 고려할 때 정부가 일일이 개입하는 것이 과연 적절 하느냐는 반문도 나옵니다. 다만, 국민 건강과 10대 청소년 보호 차원에 국한한다면, 적어도 최소한의 ‘관리’는 필요해 보입니다.
구글코리아 측에도 동일한 질문을 했습니다만,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를 확인하라”는 짧은 메일 한 통이 이들의 답변 전부였습니다. 그 마저도 대행사를 통해 어렵사리 들은 답변이었습니다. 쿡기자는 구글코리아의 유튜브 담당자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수차례 보냈지만, “대행사와 이야기하라”는 답 외에는 이렇다 할 입장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구글의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는 ‘유해하거나 위험한 콘텐츠’ 관련해 ‘유해하거나 위험한 행위를 보여주는 동영상은 심각한 정도에 따라 시청 연령이 제한되거나 삭제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담배’에 대해서는 어디에도 구체적인 명시 부분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구글코리아는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둬가고 있습니다. 플랫폼 사업자로서 개별 콘텐츠에 최소한의 관여만 한다는 방침에 대해 일견 이해합니다. 아니, 지지합니다.
그러나 국민 건강과 청소년 건강 보호를 위해 기업이 과연 벌어들이는 수익만큼 사회적 책무를 과연 다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또 창작자의 자유 보장이란 거창한 명분 뒤에 숨어 ‘문제적 콘텐츠’의 유통을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됩니다.
후자의 경우라면, 불법 성범죄 영상물을 유통시키던 ‘웹하드’와 ‘유튜브’가 무엇이 다른 걸까요? 유튜브는 침묵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설득력있는 답변을 내놔야 할 겁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