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정원 접대 의혹, 이대로 흐지부지 덮이나

[기자수첩] 신정원 접대 의혹, 이대로 흐지부지 덮이나

기사승인 2019-04-27 04:00:00

신용정보원 직원들이 금융회사 임원들에게 술과 골프접대를 받는 다는 의혹이 발생했다. 신정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위탁받은 기술금융 실적 평가의 평가자로서, 금융감독원의 각종 검사 지원자로서 위치를 악용해 금융사들로부터 접대를 받는다는 의혹이다.

신정원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위탁받은 권한을 이용해 갑질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은 금융권에 상당한 충격을 줬다. 신정원의 평가 결과에 따라 은행에 돌아가는 막대한 인센티브는 물론 금감원의 검사 결과에 영향이 미칠 수 있는 만큼 충격은 컸다.

의혹이 지난 23일 최초 보도된 이후 신정원의 감독권을 가진 금융위원회는 사실확인을 주문했고, 신정원은 즉각 자체감사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의혹이 명백히 밝혀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그러한 기대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신정원이 23일 자체감사를 벌인 결과 접대 로비는 없었다는 결론을 내놓은 것. 신정원은 하루 만에 마친 감사결과를 24일 금융위를 방문해 보고했고, 금융위는 신정원의 감사결과를 바탕으로 “금융회사 직원들과 차 한잔도 마시지 마라”는 경고 한 마디로 사건을 마무리 한다. 신정원이나 금융위 모두 사건을 조속히 덮으려 한다는 의심을 불러오는 대목이다.

신정원의 감사 방식도 의구심을 불러오기는 마찬가지다. 신정원은 23일 기술정보부 팀장급 이상 임원 및 기술금융평가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확약서와 간단한 면담으로 감사를 마쳤다. 감사대상의 ‘접대를 받은 바 없다’는 진술에 기초해 접대 로비는 없었다는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신정원은 강제적 조사권이 없는 내부감사의 한계상 직원들의 진술에 감사를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추가 제보가 들어올 경우 감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하지만 제보가 없어서 감사를 계속할 수 없다는 신정원은 정작 감사가 진행되는 동안 의혹을 최초 보도한 언론사에 최소한의 사실확인을 요청하지도 않았다. 정작 그러는 사이 금융회사들은 감사를 위한 정보제공을 언론사에 요구해 왔다. 의혹을 명백히 밝힐 책임이 있는 신정원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신정권과 금융위가 사건을 조용히 덮으려 한다는 의심은 신정원 내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더욱 확신이 들게한다. 신정원이 이번 의혹을 내부의 음해성 제보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제보자 색출에 나섰다는 이야기다. 이는 의혹에 대한 사실확인 보다 내부 직원 단속에 나선 모습처럼 보인다. 물론 신정원은 제보자 색출에 나선 바 없다고 부인했다.

결국 신정원이나 금융위 모두 접대 의혹을 밝힌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놓고 신정원에 과도한 권한이 위임된 것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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