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 위험이 없는 안전한 배터리인 ‘전고체전지’의 계면저항 문제 해결을 위해 전 세계 많은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전극을 구성하는 ‘탄소’에서 그 원인을 찾아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담당 : 과제책임자 이상민 센터장, 교신저자 김병곤 박사, 1저자 박상욱 석사과정생)는 전고체전지 내 고체전해질과 탄소와의 계면 불안정성 원인을 밝히고, 이를 극복하는 ‘나노탄소 도전재’를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친환경 전기차의 차세대 에너지 심장으로 불리는 전고체전지 상용화를 위한 새로운 개념의 도전재로 국내·외 이차전지 제조업체들의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고체전지란 불에 잘 붙는 액체전해질 대신 전극과 전해질을 모두 고체로 만들어 전해액 누출에 따른 화재 및 폭발 위험성을 제거한 차세대 전지다.
하지만 전고체전지는 전지를 구성하는 고체화된 입자 때문에 성능을 높이기 위해 입자 간의 계면 안정성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전고체전지 실용화의 가장 큰 난제인 계면 안정성을 위한 연구가 다방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주로 활물질-고체전해질 계면, 고체전해질-음극 계면 등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개선방법과 관련한 다수의 결과도 발표됐다.
최근에는 전자 흐름을 돕는 소재인 탄소도전재가 불안정성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정확한 규명 및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한국전기연구원(KERI)이 비정질의 탄소 표면에 존재하는 다수 작용기가 황화물 고체전해질과의 부반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다.
탄소 표면에는 수많은 작용기(탄소의 성질을 결정짓고 실질적으로 화학반응에 관여하는 원자단)가 존재한다.
KERI 연구팀은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작용기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때 발생하는 부반응 물질이 고체뿐만 아니라 기체 형태로도 방출된다는 것을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즉 작용기와 부반응 간의 연결고리를 밝혀내고, 이를 기반으로 고체전해질과 탄소 간 계면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뿐만 아니라 “작용기가 없으면 탄소도전재의 기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을 기반으로, 열 공정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도전재인 ‘중공(hollow) 나노탄소’ 개발에도 성공했다. 공정은 매우 단순하다. 기존에 존재하는 비정질 탄소가 2,400도의 고온 열처리 공정만 거치면 작용기가 존재하지 않는, 즉 전도성 높은 양질의 결정성 중공 탄소를 얻을 수 있다.
흑연처럼 결정성 높은 나노탄소를 도전재로 사용하게 되면 계면에서의 전기화학적 부반응이 줄어들고, 부반응으로 형성되는 절연성 물질의 형성을 줄일 수 있다.
또한 기존 비정질 탄소 대비 250% 가량 향상된 전기 전도성을 확보할 수 있어 전지의 성능을 대폭 높일 수 있다.
주요 연구자인 KERI 김병곤 박사는 "본 연구결과는 고체전해질과 탄소 계면의 부반응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기반으로 해결책 및 도전재의 새로운 개발 방향을 제시했다는데 의의가 크다"며 "지금 단계에서는 비록 고온 열처리 장비의 가격문제가 있지만 대용량화가 이뤄지면 전고체전지용 도전재를 손쉽고 값싸게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미국 와일리(Wiley) 출판사의 재료분야 세계적 학술지 스몰지(Small, IF=9.598)에 게재됐으며, 와일리가 선정한 Surfaces and Interfaces 분야 Hot Topic으로도 선정됐다. 연구팀은 성과에 대한 원천특허 출원을 완료한 상태다.
한편 일본 시장조사업체 후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전고체전지 시장은 2035년 약 28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이온전지가 적용될 수 없는 고온 환경 등 특수한 산업용부터 이차전지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전기차 분야까지 전고체전지가 다양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스마트그리드 보급 및 전력부족 해결을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에도 활용되는 등 전고체전지 시장은 앞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창원=강종효 기자 k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