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 단위의 트라우마 관리에 속도를 올리면서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의 기원은 세월호 참사와 연결된다. 당시 참사의 여파가 피해자와 유가족 및 전 국민의 정신건강에 상당한 피해를 끼쳤음은 다수의 학술 연구 논문으로 보고됐었다. 이에 국가 차원의 트라우마 관리 필요성이 대두됐고, 센터 설치가 논의되기 시작했다.
참고로 트라우마란, 심리적 외상을 말한다. 감당할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 한 후 일어나는 몸과 마음의 부적응적 반응이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험을 하게 되면 안전감이 무너지고, 사람과 세상에 대한 신뢰가 부서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세월호 참사 발생 3년이 지난 2017년 초 보건복지부에 국립정신건강센터(이하 국정) 내 국립트라우마센터 설치를 요청했다. 현재의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국정의 심리위기지원단 활동을 근거로 좀 더 체계적인 트라우마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여야 간 큰 이견이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4월 국가트라우마센터가 국정 내에 설치됐다. 이후 정부는 권역별 트라우마센터 설립을 진행하되, 중심축은 국가트라우마센터가 맡게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더 큰 역할이 요구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사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국가트라우마센터는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적잖은 활동을 해왔다. 대표적으로 서울 종로구 고시원 화재부터 태안 화력발전소 노동자 사망사고, 강릉 펜션 가스누출 사고, 경기 안성과 충북 충주 구제역을 포함해 최근 발생한 강원도 산불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현장에서 심리 지원을 진행했다. 이밖에도 각종 연구와 조사 개발 등도 실시해왔다.
그러나 센터의 실상은 퍽 열악하다. 일 년 예산은 14억 가량이며, 정신과 전문의와 정신건강전문요원, 연구원 등 26명이 센터 구성원의 전부다. 관련해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 팀장(정신과 전문의)은 “초기 단계라 여러 어려움이 있다”며 “인력 및 예산의 확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 현장에선 복지부·행안부 이원화
- 인력이 적다.
정신보건 분야에서 현저한 인력 부족 현상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적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해 개최한 국가트라우마센터 심포지엄에서 일본 측 관계자도 “사람 수가 적다”고 말하진 않더라. 그러나 특별 재난시 현장 활동을 포함해 지침 개발, 치료기능, 조사연구를 하기에는 결코 많은 인원이 아니다. 최초 정규직 3명을 포함해 17명에서 현재까지 알음알음 인력을 늘려왔다. 현재는 공무원 7명, 나머지는 무기계약직이다.
- 예산은 어떤가.
14억이 채 안 된다. 최근 구제역 발생 지역에서 살처분을 실시한 업무자의 실태 조사를 권고 받았고, 이를 위한 소요 예산의 결제를 올려 심의를 받고 있다. 예산이 부족하다보니 특정 사안별로 예산 심의를 받고 있다. 아직은 시작 단계라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 현장에서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대외적으로 심리지원은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중심으로 운영된다고 하지만, 현장은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로 이원화되어 있다. 재난정신건강시스템은 복지부가, 행안부는 대한적십자사를 중심으로 한 보고활동체계를 별도로 운영한다. 때문에 실무자선에서 통합 시도를 여러 번 논의했지만 매뉴얼 및 시스템이 달라 통합이 쉽지는 않다.
- 지자체의 협조는 어떤가.
현장에서 지자체의 협조가 절실하지만, 지자체별로 제각각이다. 심리지원을 국민들이 체감할 정도로 우선순위를 두는 것 같지 않다. 다분히 물질적·의료적 구호에 집중돼 있다.
- 일본의 트라우마 관리를 우리와 비교한다면.
비록 시작은 늦었지만, 국가트라우마센터 시스템에 대한 일본 측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일본의 경우 지진 등 재난을 담담하는 지역 거점 센터가 몇 군데가 존재한다. 2011년 이후에는 중앙에서 관련 인력을 전국단위의 파견·운영하고 있다. 이렇듯 재난 및 전산정보시스템과 거점센터가 분리돼 운영되고 있다.
국립정신건강센터와 국가트라우마센터는 4년째 교육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전국단위로 심리 관련 전담 인원 30% 가량에게 재난과 관련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시스템을 보면 어디 내놔도 꿀리지 않는다. 다만, 인력과 예산의 뒷받침이 돼야 한다. 관련법이 규정하는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역할과 실제 인력 및 예산과의 매칭이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심 팀장은 “트라우마의 종류는 달라도 본질은 같다”며 “2차 피해가 1차 피해 못지않기 때문에 이를 개선할 대국민 활동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무적인 방향이다. 재난 트라우마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5·18 등 국가 폭력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트라우마 관리에도 참여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