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최근 2년간 구조조정으로 KDB생명의 자본 적정성이 크게 개선됐지만 4번째 매각의 성공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KDB생명을 사줄 만한 금융지주들이 모두 인수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서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통계에 따르면 KDB생명의 자본적정성을 보여주는 지급여력(RBC) 비율은 2018년 말 215.03%이다. 이는 산업은행이 KDB생명의 3번째 매각을 추진한 지난 2016년 말(125.68%) 보다 89.35%p 개선된 수치다.
RBC비율은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보험업법 상 RBC비율을 최소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50% 수준이다. 통상 보험사들은 200% 이상의 RBC비율을 안정권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2018년 말 100억원이 넘던 적자도 지난해 말 63억원 흑자로 전환됐고, 총자산수익률(ROA)은 같은 기간 -0.06%에서 0.04%,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61%에서 0.04%로 개선됐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에 KDB생명의 경영정상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올해 내로 4번째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한 수요가 높고 자본력이 충분한 금융지주들은 KDB생명 인수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KDB생명의 시장 점유율이 생보 업계에 변화를 불러올 만한 수준에 미달하고, 자본력 개선에 대한 반대급부로 영업력이 훼손돼 지속적인 수익창출 능력이 의심된다는 평가다.
생보사 인수에 관심을 나타내온 A금융지주 관계자는 “KDB생명이 매물로 나온다면 검토는 할 수 있겠으나 현재 KDB생명 인수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다”며 “KDB생명이 매물로 나와도 회사가 원하는 M&A규모에 KDB생명이 미치지는 못 한다”고 선을 그었다.
B금융지주 관계자는 “KDB생명이 흑자전환을 했지만 KDB생명의 지속적인 수익창출 능력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KDB생명을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현재 회사 내에서 KDB생명 인수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KDB생명은 산업은행의 구조조정으로 흑자전환과 함께 RBC비율 등을 개선하는데 성공했지만 본원적인 수익성이 훼손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직원과 등록설계사가 각각 30.4%(285명), 47.5%(1807명) 감축된 영향이다.
또다른 금융지주는 생보사 보다 증권사 인수에 먼저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C금융지주 관계자는 “은행과의 시너지를 고려할 때 다음으로 인수해야할 곳은 증권사이다. 보험사는 돈을 끌어들이는 역할로 은행과 역할이 겹쳐 시너지가 크지 않지만 증권사는 끌어들인 돈을 굴려 높은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시너지가 크다”고 밝혔다.
금융지주들의 낮은 인수 의사는 사모펀드(PEF)의 KDB생명 인수 가능성도 낮추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도 결국은 회사를 되팔아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데 다시 사줄 곳이 없는 상황에서 인수에 선뜻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동안 국내 금융사를 인수에 관심을 보이던 중국자본이 현지 당국의 통제로 국내에서 발을 빼는 분위기도 걸림돌”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지난 2014년 두 차례, 2016년 한 차례의 KDB생명 매각을 추진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KDB생명에 대해 지난해 국감에서 “애당초 인수하지 않았어야 할 회사”라고 말한 바 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