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기 위한 최종 결정을 10일 내릴 전망이다. 신한금융은 유상증자를 통해 신한금융투자를 골드만삭스와 같은 초대형 IB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은행 등 비증권 자회사와의 협업으로 그룹 전체의 수익을 확대하겠다는 것.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9~10일 양일간 이사회를 열고 6000~7000억원 규모의 신한금융투자 유상증자 안건을 결정할 예정이다. 당초 신한금투 유상증자 안건은 9일 상정될 것으로 거론됐으나, 10일 안건이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신한금융 관계자의 전언이다.
신한금융의 이번 유상증자는 신한금투의 자본 확충을 통해 초대형 IB 신청 자격을 맞추기 위한 조치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초대형 IB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4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확보해야 한다. 신한금투의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은 3조3천726억원으로, 6274억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신한금융 내부에서는 사외이사들의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경우 신한금투에 대한 유상증자 안건이 무리없이 이사회를 통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한금투는 이번 유상증자로 4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마련해 초대형 IB 인가를 획득할 경우 6번째 초대형 IB로 지정된다. 앞서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이 초대형 IB 인가를 획득했다.
신한금투가 초대형 IB로 지정될 경우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발행어음은 초대형 IB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어음을 말한다. 은행 예·적금 상품처럼 가입 시점에 이자를 확정해 시장에 팔아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신한금투는 발행어음을 WM(자산괸리) 상품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신한금융이 이같이 초대형 IB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나선 것은 신한금투가 그룹의 성장을 위한 성장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그동안 은행만으로 그룹의 성장을 담보할 수 있었지만 경제구조의 변화에 따라 신한금투 또는 신한금투와 신한은행 등 비증권사의 협업을 통해 그룹의 성장을 이끌어 가는 것이 조 회장이 생각하는 신한금융그룹의 미래 모습이다.
한편 이번 증자로 신한금투가 초대형 IB 인가를 받을 경우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신한금융, KB금융, 농협금융이 자회사로 초대형 IB를 두게된다. KB금융과 농협금융은 각각 자기자본 4조원이 넘어서는 KB증권과 NH투자증권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하나금융은 증자를 통해 하나금융투자를 초대형 IB로 만들기 위한 과정을 진행중이며, 현재 3조원이 넘는 자본을 마련한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지주사 전환에 따라 대형 증권사 매물을 알아보고 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