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국내 증시도 불안감을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 연일 저조한 증시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엇갈린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9.03p(1.38%) 하락한 2079.01에 거래를 마감했다. 2060선을 기록했던 지난 1월14일 이후 4개월 만에 최저로 내려간 것이다. 미중 무역협상이 시일 내에 적정선에서 매듭지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낮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9일에서 10일 이틀간 진행된 미중 무역협상은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미중 양국 협상단은 양일 모두 2시간 내외의 짧은 회의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협상 종료 이후 양측은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협상 지속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남겼으나,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협상 결과는 시장에 만연한 불안감을 걷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최근 미중 무역협상 과정에서 양국 간에는 고강도의 상호 압박 분위기가 이어졌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이에 상응 조치를 예고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3주에서 4주 이내에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중국산 수입품 3250억원어치에 대한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중 무역협상을 지켜보는 투자자들의 행보는 엇갈렸다. 지난주부터 개인은 매수세, 기관과 외국인은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584억원을, 코스닥 시장에서도 2375억을 순매수했다. 이에 반해 외국인과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1385억, 1306억을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437억, 735억원을 순매도했다.
미중 무역협상 당일인 지난 10일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주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규모는 1조원을 훌쩍 넘겼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70억대, 기관 투자자는 1조원대 이상 순매도했다.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무역협상이 해결되리라는 기대감이, 기관과 외인 투자자 측에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보이는 투자 양상이다.
당분간 증시 변동성은 확대될 전망이다. 키움증권은 국내 증시 상승 시기가 내달 무역협상 합의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달 안에 무역협상 합의 실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합의에 실패할 경우 협상이 이어지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중 무역협상의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할 시기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하반기 증시가 더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사이클 반전 가능성과 신흥국 증시로의 자금 유입,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완화 스탠스를 고려하면 코스피가 하반기에 지난해 주가순자산비율(PBR) 저점인 0.86배를 하향 이탈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의 시가총액은 1353조원 수준으로 지난 2017년 당시 시총(1624조원)을 고려하면 이번 코스피 예상 고점은 2350"이라고 전했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하반기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는 2000에서 2350사이다.
이 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확산 지수가 4개월 연속 오르는 등 경기가 더 나빠지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중국이 경기 둔화와 무역분쟁 우려로 인해 통화 완화적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고 유럽중앙은행(ECB)도 독일 경기 부진과 노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우려로 통화완화 정책을 조기에 실행할 가능성이 있어 정책에 대한 기대도 해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