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들이 경찰의 버닝썬 수사 결과에 대해 강하게 규탄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은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 ‘버닝썬 수사 결과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경찰의 명운이 다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책임져라” “강간문화 비호하는 경찰조직 규탄한다” “핵심은 경찰유착, 버닝썬 수사 다시 해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 단체는 “경찰은 ‘명운을 걸겠다’는 자세로 버닝썬 수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버닝썬 수사 결과를 접하고 경찰의 명운이 기어코 경각에 이르렀음을 깨달았다”며 “발표에 따르면 경찰과 성산업의 유착관계는 혐의가 없고 ‘경찰총장’ 윤모 총경도 혐의가 없다. 승리를 비롯한 클럽 버닝썬의 핵심인물들은 자유롭게 거리를 돌아다니게 됐다. 핵심 내용은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심으로 이렇게 버닝썬 수사를 넘어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가”라며 “이는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며 앞으로도 여성착취를 계속 방조하고 협조하겠다는 의미를 가진 선언으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 버닝썬은 이대로 끝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경찰이 여성 성착취 사건에 대해 부실수사를 진행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0년 전 고(故) 장자연씨 사건 때도 경찰은 철저한 수사를 공언했지만 권력자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승리 버닝썬 사건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처벌하지 않으면 한국은 앞으로도 ‘내부자들’을 위한 강간의 왕국일 뿐”이라고 밝혔다.
김수희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부장은 “클럽 버닝썬 사건 수사 결과를 보며 분노를 넘어 허탈함마저 느낀다”며 “18차례 조사를 받고 수차례의 성매매 알선과 성매매, 불법촬영물 유포 혐의를 받는 승리에 대해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윤 총경에 대해서도 겨우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버닝썬에서 벌어진 범죄들이 얼마나 여성 인권을 침해하는지 얼마나 무거운 범죄인지에 대한 공권력의 경고가 있어야 한다”며 “더 이상 여성들이 국가의 존재 이유를 질문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지난 15일 버닝썬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윤 총장에게 직권남용 혐의만을 적용했다. 애초 논란이 됐던 뇌물수수 등의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대가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김상교씨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진 버닝썬 클럽의 영업이사 장모씨 등 2명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 송치됐다.
버닝썬의 소유주로 알려진 승리에 대한 구속영장은 지난 14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