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삼성바이오가 부풀려진 회사 가치를 이용해 일으킨 대출이 사기에 해당한다고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실적을 축소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회사 가치를 부풀린 뒤 이를 제시해 부당하게 대출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에 대출을 내준 시중은행들로부터 관련 기록을 넘겨받아 대출이 적정했는지 분석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삼성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며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회계처리 기준이 바뀌면서 삼성에피스가 4조5000억원대 회계상 이익을 얻었다. 검찰은 이같이 부풀려진 회사 가치를 근거로 받은 대출에 사기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2015년 이전 삼성바이오가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드러내지 않은 상태에서 받은 대출도 사기로 볼 수 있는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콜옵션은 정해진 가격에 회사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여서 지분을 넘겨야 하는 회사의 회계장부에는 부채로 잡혀야 한다.
검찰은 2016년 11월 삼성바이오의 유가증권시장 상장도 일종의 증권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부풀려진 재무제표로 투자자들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가 인정될 경우 뒤따르는 대출·상장 사기 혐의 액수는 수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바이오가 발행한 회사채와 장·단기 차입금은 8720여억원, 2016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당시 투자자들에게 거둔 자금은 2조2490여억원이다.
검찰은 삼성물산이 합병을 앞두고 사업실적을 고의로 축소했다는 의혹 역시 들여다보고 있다. 합병 직전 삼성물산 주가가 의도적으로 조정된 것으로 결론 날 경우 제일모직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합병비율(제일모직 1 대 삼성물산 0.35)의 정당성도 흔들리게 된다.
삼성물산은 같은해 상반기 신규주택을 300여 가구만 공급했지만 7월17일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결의된 직후 ‘하반기 서울에서 1만994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2조원 규모의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공사를 5월13일 수주하고도 7월에야 공개했다.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공단이 합병 결의 직전까지 삼성물산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도하기도 했다. 삼성물산 주가는 2015년 1월 6만700원에서 출발했지만 이사회의 합병 결의 직전 거래일인 같은해 5월22일까지 5만5300원으로 8.9% 하락했다.
검찰은 지난 3월 서울 강동구에 있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압수수색해 이같은 실적 축소와 주식 매도가 어떤 의사결정 경로로 이뤄졌는지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삼성물산 주주들에 대한 배임 또는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혐의 적용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