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 지분을 15% 이상으로 늘리며 한진그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고 조양호 회장의 지분 상속 문제와 더불어 KCGI의 공세까지 더해지면서 한진그룹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의 주식 지분을 직전 보고일인 4월 24일의 14.98%에서 15.98%로 늘렸다. 이 같은 변동 사유에 대해서는 "단순 추가취득"이라고 밝혔다.
KCGI는 지난 4월 24일 공시에선 한진칼 지분을 14.98% 보유하고 있다면서 마지노선인 15%를 단 0.02% 남겨뒀었다. 하지만 지분 15%를 넘기면서 이에 따라 KCGI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 제12조에 따르면 상장법인 발행주식 총수의 15% 이상을 취득하면 공정위에 기업결합신고를 하고 투자자를 공개해야 한다.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이 3000억원 이상인 회사만 해당된다.
이로써 한진칼의 2대 주주인 KCGI 측은 최대주주인 고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17.84%)과의 지분 격차가 2%포인트 내로 좁혀졌다.
조 전 회장을 포함해 조원태(2.34%), 조현아(2.31%), 조현민(2.30%) 등 오너 일가와 한진칼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8.95%다.
KCGI가 계속 한진칼 지분 추가 매입에 나서고 있어 앞으로 한진그룹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KCGI가 20%선까지 지분을 늘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공세 속에서 한진가는 조 전 회장이 남긴 지분과 관련한 상속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한진그룹은 정해진 기한까지 차기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내부 갈등을 외부로 드러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이 대상인 ‘2019년 대기업 집단 지정 현황’ 발표를 지난 10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재계 14위(자산 기준)인 한진그룹이 차기 총수(동일인)를 지정하지 않아 발표가 늦어진 바 있다. 공정위가 한진그룹이 내부 합의를 이루지 못하자 직권으로 조원태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한진그룹은 지주회사인 한진칼만 지배하면 대한항공 등 나머지 주요 계열사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는데, 한진가의 한진칼 지분 28.8%에서 17.84%는 조양호 전 회장 소유로 돼 있다.
조원태 회장의 지분은 2.34%로 남매인 조현아(2.31%), 조현민(2.30%)씨 등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조 전 회장의 한진칼 보유 지분가치가 3500억여원으로 상속세율 50%를 감안하면 상속세는 17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경영권 행사와 관련한 지분 상속에 대해서는 할증이 붙는다는 점에서 상속세는 2000억원이 훌쩍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또 조원태 회장은 다음달 1∼3일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의장 자리를 맡으며 공식 데뷔를 앞두고 있다.
이번 IATA 총회는 대한항공이 주관사로, CEO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직함이 보도자료에서 '한진그룹 회장'으로 소개돼 눈길을 끈다.
IATA 총회는 글로벌 주요 항공사들과 보잉·에어버스 등 항공 관련 업계 최고위층이 모여 항공산업 전반을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조 회장은 총회 주관사 CEO 자격으로 의장직을 수행하며 국제항공업계 주요 인사들과 친분을 쌓고 업계 현안에 대한 생각을 나눌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은 "서울총회를 대한민국의 아름다움과 관광 인프라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삼고 관광 활성화를 통한 다양한 경제 효과가 따를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