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성폭력·뇌물수수’ 의혹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58)씨가 또 다른 검찰 고위 간부와 유착관계를 맺었다는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조사·심의 결과가 나왔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 관련 의혹을 조사해온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2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정례회의 후 이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김용민 검찰 과거사위원회 위원은 이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윤갑근 전 고검장, 박모 전 차장검사 등에 대해 수뢰 후 부정처사 등의 혐의가 있는지 수사해야 한다”고 검찰에 촉구했다. 이어 “‘윤중천 리스트’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윤씨와 유착 정황이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이들 3명이 윤씨 관련 사건 처리 과정에 개입해 편의를 봐줬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과거사위원회에 따르면 한 전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당시 ‘한방천하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윤씨의 편의를 봐줬다. 윤씨가 낸 진정서의 요구사항대로 수사 주체가 윤씨에서 다른 이로 변경된 것이다. 윤 전 고검장은 같은 사건의 결재자이거나 지휘 라인에 있었다는 점, 박 전 차장검사는 윤씨가 소개한 사건 수임료 중 일부를 리베이트로 지급해 변호사법을 위반한 정황이 있는 점 등으로 인해 유착 의혹을 받았다.
다만 한 전 총장과 윤 전 고검장 등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전 총장은 앞서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건을 보고받은 바 없고 중앙지검이 그 사건을 수사한다는 사실 자체도 몰랐다”며 “이에 대한 확인도 없이 수사를 촉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3년 김 전 차관 관련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 수사가 부실했다는 언급도 있었다. 성폭력 및 성접대가 이뤄진 장소로 지목된 윤씨 소유의 강원도 원주 별장을 압수수색한 과정에서 검찰 관계자 10명의 명함이 확보됐지만 추가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소위 ‘김학의 동영상’ 외에 추가 동영상이 존재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추가 동영상 및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검찰은 경찰의 송치 죄명에 국한하지 않고 진상을 규명했어야 함에도 성범죄에 국한해 수라를 했다”며 “(피해 주장) 여성들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마무리한 잘못이 있다”고 꼬집었다.
철저한 수사와 함께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를 마련하기 위해 입법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권고도 나왔다. 과거사위원회는 “김 전 차관 사건 조사 결과 여실히 드러난 바와 같이 전·현직 검사의 직무 관련 범죄를 기존 검찰, 경찰이 수사할 경우 사건 실체가 왜곡되거나 축소되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며 “법무부와 검찰은 현재 진행되는 입법 논의 과정에 조직의 이해를 넘어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범죄에 대한 빈틈없는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 제도 정비도 권고됐다.
과거사위원회는 앞서 김 전 차관 사건에 대한 수사를 권고했고 이에 ‘김학의 수사단’이 꾸려졌다. 수사단은 별장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후 6년 만에 김 전 차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김 전 차관은 지난 2013년과 2014년 검찰의 조사 당시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윤씨 또한 지난 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공갈 혐의, 강간치상, 무고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